아이가 약을 먹으면서까지 지켜낸 고양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알았지만, 가족 모두 동물을 좋아했고, 새로운 가족, 초코를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 집 둘째는 어릴 때부터 가끔씩 숨을 가쁘게 쉬곤 했지만, 크게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날씨가 변할 때면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감기 기운인가 싶어 넘기곤 했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따뜻한 봄날에도 감기라도 걸린 듯 코가 막히고, 연달아 재채기를 했다. 심지어 코피가 나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 가족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이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천식 증상까지 나타난 것이었다. 의사는 알레르기 반응이 지속되면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양이를 계속 키울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인가. 가족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이미 정이 든 고양이를 다시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고양이와 계속 함께하고 싶니?” 그 질문을 듣자 아이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엄마, 나 고양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제가 약 먹으면 되니깐 괜찮아요.”
자신의 건강보다도 고양이를 더 생각하는 모습에 우리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부모로서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이었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 것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아이가 천식 증상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알레르기 약을 꾸준히 복용하게 했다. 매일 환기를 철저히 시켰다. 청소를 더욱 꼼꼼하게 하며 털이 쌓이지 않도록 신경 썼고, 고양이와 아이가 함께 있을 때는 자주 손을 씻도록 지도했다.
물론, 여전히 아이는 가끔 재채기를 하거나 숨을 헐떡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이 선택이 맞는 걸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씩씩하게 약을 챙겨 먹으며 고양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변했다. 고양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고양이 덕분에 집안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다.
아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노력하는 법, 책임을 지는 법,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법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조금씩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더 단단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