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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Oct 17. 2023

나는야 수영 왕초보! 음파와 발차기부터 배워보자

나는 물이 무섭다. 물에 들어가면 숨이 막힐거라는 상상을 늘 한다. 50 바라보는 나이를 먹도록 ‘물이 무섭다’라는 생각이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수영은 배우고 싶다. 이런 나에게 물은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다(니체를 떠올리며.. ^^). 인생 처음으로 수영을 배워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언제까지 미룰 순 없다. 느긋하게 천천히 배워보자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단체강습에선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니 우선 개인강습으로 수영배우기를 시작한다. 


강습 1일차, 내가 수영을 배우다니…


첫 수영강습을 받으러 가는 날! 수영장 건물에 주차장이 협소하게 있긴 하지만, 수영장에서 주차 지원은 따로 없단다. 평소에 다니던 근처 서점에 주차를 하고(주차는 편하지만, 오히려 지하 5~6층까지 내려가야 해서 들고 나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듯..) 수영장이 있는 옆건물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수영장 입구에 도착. 멈칫멈칫하며 회원카드를 키오스크에 찍어서 신발장과 라카번호를 배정받는다. 헉, 회원카드에 등록된 내 사진이 키오스크 화면에 뜨는데, 정말 못나게 생겼다. 지못미... 그냥 이렇게 사는거지 뭐. 두리번거리며 여자사우나를 찾아 들어가 탈의하고 샤워하고 수영복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무척 역사적인 날이닷! 하하, 바로 내가 수영을 시작한 날~ 사우나에서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전면 거울이 있네. 요즘 PT를 해서 그런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주 건장하다. 떡 벌어진 어깨!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고 두리번 거리며 선생님을 기다린다. 강습시간이 다가오자 어렴풋이 나의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오셔서 인사를 건네신다. 수영장의 보스, 팀장님이시란다. 뭔가 팀장님은 더 잘 가르쳐 주실 것 같은 느낌. 옆 레인의 할머니들께도 종종 안부를 물으신다. 친근한 분위기다. 자~ 이제 수영을 배워보자! 아이, 떨린다...


수영의 기본 중의 기본! 숨쉬기를 배운다. 일명 “음파”다.

물속에서 "음~~~"하면서 코로 숨을 뱉는다.

② "음~~~"을 유지하면서 물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 주의사항 >> 아직 코속에 물이 남아 있으므로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면서 '음'을 유지해줘야 콧속에 든 물을 완벽히 뺄 수 있다!!

완전히 물밖으로 얼굴이 나왔을 때, "파"하면서 입으로 남은 숨을 뱉고 동시에 "흡!"하면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 일명, "음~~파흡!!"


음파인 줄 알았는데 “음파흡”이라니. 난감하다. 음~파흡! 음~~~파흡! 음~~~파~흡! 수영 초보인 나는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박자 맞추기가 쉽지 않군. 물 속에서 코로 “음~~~” 했는데 얼굴을 들었는데 내쉴 숨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거나(이러면 “파”가 안된다.. ㅜㅜ), “흡!”하는 순간인데 타이밍 잘못 맞춰서 고개가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물을 마시게 된다. 혹은 코로 숨을 쉬다가 코에 물이 들어가 쾍쾍거린다.


아... 수영 초보의 이런 시련을 선생님은 아실까. 선생님은 이해가 잘 안되시는 모양이다. 코로 물이 들어가서 켁켁거리는 나를 보며, 어떤 동작으로 인해 코로 물이 들어가는지 설명을 해보라신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코로 물이 들어 갔다..


그래도 제자리에서 음파하는건 수월해졌다. 머리를 물 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전한거다. 아~~ 뿌듯해! 내 자신이 대견하다. 잘했어!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한다. 25m 레인을 왔다갔다하며 그냥 걷기도 하고, “음파흡”을 하면서 걷기도 한다. 혼자서는 물속에 얼굴 들이미는 것도 겁이 났는데, 선생님이 시키니까 물에 얼굴도 담그고 숨쉬기도 한다. 수영을 시작한 건 참 잘한 것 같다^^


강습 2일차, 수영은 아직도 무서워


나는야 수영 왕초보. 오늘은 두번째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다. 걸어갈까? 차로 갈까? 차로 가면 주차는 옆건물에 주차를 해야 한다. 결론은 차로 가기! 그런데 주차장 건물에서 나와 수영장으로 이동하는데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음엔 걸어와야지! 수영에 대한 고민보다 다른 걱정들이 훨씬 많다. 역시 난 수영 초보...


늦었다! 부리나케 탈의하고 샤워하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5분 가량 늦었다. 쌤이 내게 전화했는데 안받더라며 내가 수영장에 입장했는지 회원정보를 조회해봤다고 하신다. 헉! 못나게 나온 내 사진을 봤겠군. 어쩔 수 없다. 쌩얼에 실리콘 수모를 쓰고 있는 내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을거 같긴 하다. 앞으론 절대 늦지 말야야겠다^^


우선 레인에 들어가 걷기를 하며 물에 적응하고 몸을 푼다. 아직 물이 무섭다. 저번 레슨 때 내가 얼굴을 물 속에 넣고 숨쉬기를 했다는게 낯설다. 오늘도 해야한다. 언제쯤 물이 편해질까?


오늘은 수영의 기본인 발차기를 배운다. 우선 수영장 바닥에 엉덩이로 걸터 앉아 다리만 물에 담근다. 사실 별건 없다. “이렇게 차시면 되요”라고 하시며 내 발을 잡고 위아래로 움직여 주신다. 간단하게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발차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 발끝은 '포인'동작처럼 앞으로 내밀기

② 무릎은 굽혀지지 않도록

③ 허벅지를 위아래로 움직여주기


쉽다. 앉아서 하는건 식은죽 먹기다. 문제는 물속에서 이게 잘 안된다는 사실.


헬퍼를 허리에 차고 킥판에 두팔을 얹는다. 일명 “킥판 잡고 발차기”다. 킥판을 두 팔 아래에 두고 킥판의 둥근 앞부분을 두손으로 잡아주면 준비자세 완료! (킥판의 둥근 부분에서 깎여서 경사진 부분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잡아야 한다)


와~~~~~~!!!!! 이거 대박~~~~!!! 수영 배운지 하루 된 초보에게 이걸 하라고?? 이거 초보한테 정말 힘든 과정이다. 왜?

1) 머리속은 온통 숨쉬기 밖에 없다. 왜냐? 살기위해 숨을 쉬어야 하므로... 그런데 물이 넘실대며 자꾸만 코로 물이 들어올거 같다. 어떡해!!!!

→ (쌤) 회원님~ 발차기 하세요!

2) 킥판 잡고 발차기로 나아가는데 자세가 망가진다. 고개를 들기 위해 손은 킥판을 내리 누르게 되고 결국 온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어푸어푸...

→ (쌤) 회원님~ 킥판 누르시면 안됩니다.

??? 어떻게 안누를수 있지 ???

3) 넘실대는 물 때문에 코로 물이 들어간다.

→ (쌤) 회원님~ 코로 숨쉬시면 안됩니다. 코로 쉬니까 코로 물이 들어가는거예요

언제 내가 코로 숨을 쉬고 있었지?? ㅜㅜ

4) 팔에 힘을 빼라는데, 뺄 수가 없다. 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는건 킥판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부여잡아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 (쌤) 회원님~ 팔이랑 어깨에 힘 빼세요!

→ (쌤) 회원님~ 무릎을 굽히지 마세요!

→ (쌤) 회원님~ 몸이 좌우로 흔들고 계세요, 몸을 흔들지 마세요!


2일차 강습은 무척 힘들었다. 숨쉬기가 잘 안되니, 의식적으로 숨쉬기에 집중하게 되고 오늘 배운 발차기는 안중에 없다. 그냥 내 발은 선생님께 맡겨버렸다. 선생님이 내 발을 잡아서 위아래로 흔들어 주셨다. 아마도 그 느낌에 익숙해지게 해주시려는 것 같다.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쉬엄쉬엄 배워야겠어요.. 수영이 너무 어려워요..ㅋㅋ”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음파와 발차기하다 수영배우길 포기할 것 같다.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잘 헤쳐나가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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