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나비에게 안부를 묻다
흰나비 떼가 군무를 추고 있었다. 멀리서는.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날갯짓이 바람이 불면 파르르 떨렸다.
한 걸음씩 가까워지자 나비 떼는 사라지고 나무 이파리의 뒷면이 하얗게 나부끼고 있었다. 연한 이파리의 연둣빛 뒷면에 촘촘히 돋아난 흰 솜털. 나비의 미늘 같은.
제이는 좌식 화장대 앞에서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쓸어 올렸다. 속눈썹은 점점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윗입술을 바르고 아랫입술을 붉게 발랐다. 무릎 위로 올라오는 흰 원피스를 입고 한 바퀴 돌았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제이의 얼굴이 생기로 가득했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바르다가 제이를 떠올렸다. 눈 아래로 검은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제이의 얼굴은 검버섯이 피어있었다. 손이 야윌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제이는 소리 내어 웃었다. 소리 내 웃을 수 있는 게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다는 뜻 같아서 나도 웃었다. 유난히 손에 살이 많아 손가락 보조개가 네 개씩 여덟 개가 있던 손에서는 이제 손가락 마디가 보였다.
허리가 굽은 노파가 병원 유리문을 밀고 나갔다. 밖에 바람이 훅하고 로비로 밀려 들어왔다.
하얀 한지에 곱게 쌓여 흰 항아리 안에 담긴 제이는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유난히 얼굴이 하얀 제이는 이파리가 파르스름한 소나무 묘목 밑에 묻힐 걸 알고 있었을까.
한지에 쌓인 뼛가루가 흙구덩이에 누이고 제이가 사랑했던 사람이 장미꽃과 소국을 꺾어 제이의 몸 위에 올린다. 생전에 제이를 알았던 다섯 사람이 흙을 한 삽씩 퍼서 구덩이에 넣는다. 그 위에 잔디떼가 입혀진다.
제이의 몸이 사라졌다. 제이가 사랑했던 사람이 잔디를 쓸며 운다. 눈물이 고여다가 툭하고 흐른다. 검은 구두에는 진흙이 들러붙어 있다. 흰나비 한 마리가 어디에선가 팔랑팔랑 날아왔다.
이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을 제이가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흰나비 떼가 군무를 추고 있었다.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는 날갯짓이 바람이 불면 파르르 떨렸다. 멀리서는 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