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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야 Jan 08. 2023

완벽한 타인 '엄마'

'엄마'라는 소리 정리하기(6)

엄마에게 절교선언을 한 뒤, 며칠을 앓았다.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견디기 힘들었고, 모녀관계와 심리를 다룬 책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리고 내 감정과 기억을 받아들이고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엄마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엄마를 미워하는 내 모습에 죄책감이 들었다.

항상 '우리'라는 단어로 엄마와 나를 묶어왔기에 따로 떼어 개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나에게도 기대려 하고, 할머니에게도 기대고 싶어 하는 엄마가 미웠다. 그리고 마냥 나쁜 기억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미안했다. 엄마는 미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엄마는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내가 본인과 똑같이 살길 바라는 건가 싶고. 아이같이 챙김을 바라는 것 같으면서, 나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상기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생각으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을 떠올릴수록, 세상이 말하는 일반적인 '엄마'라는 단어에 내 엄마는 들어맞지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엄마들이 있다. 자식을 낳기만 하고 다른 이의 손에 자라게 한 엄마도 있고, 남보다도 못한 엄마도 있다. 쉰 살이 넘은 자식을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바라보는 엄마도 있고, 불법을 저지른 자식을 품어주는 엄마도 있다. 각자 모습은 다양해도, 엄마는 자식을 뱃속에 품고 한 몸으로 지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한 몸으로 지냈어서 그런가, 엄마는 나를 본인으로 생각했고,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압박을 스스로 느끼며 괴로워했다. 엄마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나와 동일한 것 같은 완벽한 타인이었다. 엄마의 요구와 감정을 나와는 분리시켜야 하며, 엄마가 품고 있는 미움이 실은 내가 갖은 미움이 아니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고칠 수 없는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는 것. 우리 모두 각자의 이익과 뜻에 따라 행동하듯, 엄마도 딸도 각자의 이익과 뜻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나는 끝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엄마도 끝내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쉽게 끊어낼 수 없는 관계 속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반복될 것도 분명하다. 나는 엄마를 드디어 나와는 다른 타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모녀의 지독한 상처 되물림을 끊어내려면, 엄마도 나를 타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타인이라는 인정이 모녀관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이렇게 다짐해도 또 속이 뒤집어지는 순간이 오겠지만, 생각의 무게중심을 나에게로 옮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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