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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야 Jan 09. 2023

불안장애 공포회피형 여자사람

마음의 소리 정리하기(2)

나에게 가족이라는 소리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어 소통하기 어렵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라기보단 각자 자신 하나 건사하기 바쁘다. 나마저도 나 하나 감당하기 힘들다. 


성격과 트라우마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건지, 어떤 기억을 이겨내고 지워내야 살기 편한 마음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한창 심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불안함을 느낀다. 특히나 소리에 예민해지고 발 밑에 낭떠러지가 있는 느낌이 든다. 전속력을 내는 스위치와 전원을 끄는 스위치, 이 2개의 스위치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에너지와 기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타인의 시선과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괴로워한다. 


내 주위 사람들이 날 떠나가진 않을까 걱정하고, 내 주위 사람들이 날 상처주진 않을까 두려워했다. 방패를 온몸에 두르고 질투심과 소유욕에 빠졌다. 그러다 내가 상대를 생각해준 것보다, 상대가 날 생각해주는 것이 못 미치는 순간이 오면 미칠 듯 괴로워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껴안고 잠 못 드는 지독한 밤을 보냈다.

여러 밤들이 쌓이며 괴로워할수록 나를 사랑하고 싶어졌다. 내 안에 있는 내 문제를 버리고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한 순간들을 사랑하고 싶어졌다. 


나는 썩 유쾌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유쾌한 순간도 분명 있었다. 나는 내 주변과 나에게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기에, 사랑스럽고 고마운 순간을 찾아 마음에 저장해보려 한다. 


나의 불안함은 기록하는 습관이 되었고, 꼬인 감정과 기억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예민함은 감수성이 되어 타인의 감정을 잘 읽는 공감 능력이 되었다. 따라서 높은 직관으로 문제해결에 있어 남들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내 성격이 스스로에겐 조금 힘들지만, 나는 꽤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야기의 힘을 믿고, 반짝이는 상상의 순간을 좋아한다. 탐험과 모험을 좋아하며 질문하길 좋아한다. 기발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는 순간을 좋아한다. 나는 미워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세상의 일반적인 의미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풀어내면, 우리 가족은 들어맞지 않는다.


각자 사건과 모양은 다르지만, 상처의 본질적인 것이 닮은 것이 우리 가족이다. 

서로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는 못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세상에 존재해주고 있다. 


내가 지금껏 에너지를 부정적인 것들에 썼다면, 앞으로는 나를 위해 쓰려고 걸음마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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