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말이 절실해지는 시간
그녀는 준비도 없이 떠오르는 달을 보며
달 속으로 걸어간다
저 마음의 실금을 어쩐다
이미 들켜버린 것을
뒤적뒤적 하산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숨길 수도 없고
숨을 곳도 없음을 안다
모르게 터져버린 3월의 목련은 시렵고
얼굴을 훔쳐볼까 앞서진 못하고
자꾸만 시선이 닿아 미안하고
언젠가 오는 달이라 하겠지
새어 나온 달빛에도 춥겠지
몇 번이고 속삭이겠지
엄마니까 엄마에게
어서 와, 따뜻한 저녁을 내어줄 게
달의 서랍이 열리고
맑게 개어놓은 속옷을 꺼내올 것 같은 날
시집 < 사과꽃이 온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