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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선 19화

여보, 란 말

by 한현수

나비가 꽃에게 하는 말 같아요

나비가 꽃에 내려앉는 느낌 같아요

여보, 란 말

말끝이 파문처럼 온몸으로 스며들어오죠

꽃잠을 깨우는 이슬 같아요

잔잔한 두 날갯짓이 느껴져요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찾아가듯

부드럽게 살을 끌어안듯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이 묻어 있어요

꽃이 대답하는 것처럼

그 말을 따라 부르고 싶어 져요

왠지 그냥 부르기도 좋은 말이죠

여보, 란 말 그건

허전한 속을 채워주는 말이어서

몸이 몸을 알아보는 말이어서

그대가 아프면 나도 아픈가 봐요




시집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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