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꽃에게 하는 말 같아요
나비가 꽃에 내려앉는 느낌 같아요
여보, 란 말
말끝이 파문처럼 온몸으로 스며들어오죠
꽃잠을 깨우는 이슬 같아요
잔잔한 두 날갯짓이 느껴져요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찾아가듯
부드럽게 살을 끌어안듯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이 묻어 있어요
꽃이 대답하는 것처럼
그 말을 따라 부르고 싶어 져요
왠지 그냥 부르기도 좋은 말이죠
여보, 란 말 그건
허전한 속을 채워주는 말이어서
몸이 몸을 알아보는 말이어서
그대가 아프면 나도 아픈가 봐요
시집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