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당연함’이라는 말은 나에게 가장 조용한 슬픔이 되었다.
예전에는 뭐든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다.
함께 밥을 먹고, 소파에 걸터앉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순간조차
언젠가 끝난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이십 대 초반의 나는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모르는 채
그저 오늘의 가벼움에 묻혀 살았다.
하지만 나이가 한 살씩 쌓일수록
내 곁에 있던 것들이 너무 쉽게 멀어지고 변해버리는 걸 보고
그때의 ‘당연함’이 실은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