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푸가타 앙겔리 (Donnafugata, Angheli)
2월은 웬지 모르게 좀 우울하다.
회색빛 하늘.. 약간은 풀린 듯한 날씨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지는 않은
여전히 차가운 공기
스산한 기운..
그런 어느 일요일 오후,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 뒹굴거리다가
와인장을 열었다.
누가 오늘 나를 즐겁게 해 주겠니?
그 때 내 눈에 쏙 들어온
화려한 공주님.
마트 진열대의 수 많은 와인병 중
금빛 아름다움을 뽐내며 내게 온 그녀는
돈나푸가타 앙겔리 (Donnafugata, Angheli) 2017
금박의 화려한 레이블에는
말을 타고 가는듯한 아가씨가 그려져 있으니
Donna = 여인 + Fugeta = 도망간
'도망간 여인' 이다.
여인, 달밤, 사랑?"
말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레이블 속 여인.
돈나푸가타는 '탈출중인 여인'라는 의미로
시칠리아의 역사에 등장하는
페르디난드 4세(Ferdinand Ⅳ)의 아내였던
퀸 마리아 카롤리나(Queen Maria Carolina)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녀는 나폴레옹의 군대가 쳐들어왔을때
나폴리를 떠나
현재 돈나푸가타의 포도밭이 있는 곳으로
피난을 왔는데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포도밭으로의 피난.
치열한 전쟁이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이다.
레이블 속 여인의 모습도
위험하거나 다급해 보인다기 보다는
무척 화려하고 여유있고 도도해 보인다.
이탈리아 와인의 산미가 좋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 무엇이냐 하면
20여년 전 이탈리아 여행중 피렌체에서 우연히
가게 되었던
관광지에서는 다소 벗어난 어느 허름한 골목에서
현지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식당에서 맛보았던
스테이크와 하우스 와인이다.
이미 로마에서 관광지의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피자와 파스타에 잔뜩 실망한 우리는
피렌체에 와서는 현지 식당에 꼭 가보리라며..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한 가죽공방의 주인분께서
지도에 구불구불 그려주신 현지인 추천 맛집
영어로 소통도 되지 않고 메뉴판은 전혀 읽을 수 없고
손짓 몸짓으로 겨우겨우 주문한,
하지만 내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작은 가게 안 모든 직원들이 정성껏 귀기울여 주셨던
너무나 맛있고 감사했던 음식
그 곳에서 추천받아 맛본 레드와인 한 잔
이탈리아 와인을 마실때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은 음식과 와인에 진심인 분들이라며
그렇게 만든 와인은 맛이 없을 수 없다며.
앙겔리는 그렇게 저렴한 가격의 와인은 아닌데
가끔 마트에서 정말 좋은 가격에 보일 때가 있다.
그럴때면 빛의 속도로 달려가 카트에 담는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당신의 매력
예쁜 루비색, 기분좋은 산미
적당히 무게감 있는 바디감,
자두, 블랙베리, 베리류의 풍부한 과실향
낮술이기에 간단하게 과일과 함께했지만
스테이크와 함께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무료한 오후
화려한 포도밭으로 나를 탈출시켜 준
매력적인 그녀 Angheli
돈나푸가타 앙겔리 (Donnafugata, Angheli) 2017
종류: 레드와인
생산국: 이탈리아
생산지: Sicilia
품종: Merlot 50%, Nero d'Avola 50%
ALC: 13.7%
구입처: 이마트
가격: 3만원대 초반(가끔 2만원대 후반에 나오기도)
돈나푸가타 앙겔리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의 여인 안젤리카(Angelica)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1997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와인은 시칠리아의 현대적인 와인메이킹을 대표할 만한 와인입니다.
돈나푸가타의 와인 레이블에는 유독 여인들이 많이 형상화되어 있는데 이 여인들은 모두 이탈리아의 역사 또는 전통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열적인 햇빛 아래 자란 포도의 매혹적인 과일향
눈에 확 띄는 아름다운 레이블
균형잡힌 밸런스의
치즈와도, 육류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와인
오늘, 웬지모르게 조금 센치하다면
화려한 여인과 함께 탈출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