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빵집

by 캐서린

나는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안 먹더라도 가족들 간식용 또는 비상용 식량쯤으로 사두긴 하는 정도였다.

약 5년 전,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와서 동네 빵집에 간식용 빵을 사러 갔었다. 양이 일반 식빵의 반 정도라 딱 적당해 보이는 식빵이 있어서 그걸 사봤다. 이름이 생크림 식빵이었다. 보통 상상하는 식빵 사이에 생크림이 발린 식빵이 아니라 모양은 식빵과 같은데 무지 부드럽고 맛있는 식빵이었다. 집에 와서 맛을 봤는데 식빵만 먹고 이렇게 맛있다고 생각해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빵을 즐기지 않았던 내가 일주일에 몇 번씩 그 빵집에 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빵집은 사실 알고 보니 동네 소문난 맛있는 빵집이었고, 내가 놀랐던 그 식빵 외에 다른 빵들도 다 맛있었다. 특히 생크림 케이크는 내가 먹어본 생크림 케이크 중에 최고였다. 생일 케이크는 조금씩 맛보고 냉장고 속에 들어갔다가 잊혀져서 일주일 뒤 버리기 일쑤였는데 여기 케이크는 시트가 부드럽고 생크림이 맛있어 질리지 않고 입속으로 절로 들어가는 맛이었다. 그렇게 3년 반 정도를 이 빵집에 빠져서 빵순이인 양 빵을 사 먹었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 그 빵집 건물이 노후되어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되었다며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빵집 문을 닫는다고 하셨다. 어디로 이전하냐고 물었더니 이전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쉽고 서운하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부정하고, 몇 초였지만 마음이 잠시 뒤숭숭해졌었다.


이제 어디서 식빵을 사 먹어야 하나...

이런 식빵 파는 곳 없는데...

이제 동네에서 생일 케이크 맛있는 걸로 사기는 힘들겠다...


아니, 빵집 하나가 사라지는데 이렇게까지 서운할 일인가 싶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느 다른 지역에 유명 빵집이 있으면 늘 사 먹어보았어도 사실 우리 동네 빵집 맛을 능가하지 못해서 유명 빵집에 대한 불신이 좀 가득한 편이었다. 안 그래도 맛있게 하는 집인데 갓 나온 빵을 늘 집 앞에서 바로 사 먹을 수 있었으니... 갓 나온 맛있는 빵은 시간 지난 어정쩡한 빵이 따라잡기 힘들다. 그래서 그랬는지 다른 동네 유명 빵집 빵은 다 기대에 못 미쳤다. 지금껏 그걸 깨뜨린 빵집은 대전에 있는 성심당이 유일하다(성심당은 사실 식빵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여러 빵들을 사서 맛본 후에 동네에 있으면 매일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속 1위 빵집이 되었다).


빵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던 내가 이렇게 만든 빵은 먹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그 빵집이 기약도 없이 사라진다고 하니 혼자 좀 슬펐다. 사장님이야 동네 모든 이가 단골이니 날 잘 모르시겠지만 갑자기 친한 친구가 전학 간다고 하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어느 동네로 이사 가는지 알려줄 수도 없다고 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생크림 식빵은 이제 먹지 못하겠구나. 식빵을 사야 하면 이제 퍽퍽한 식빵을 살 수밖에 없겠구나. 케이크도 이제... 여기 우유 팥빙수도 맛있는데 여름에 동네에서 맛있는 우유 팥빙수 먹긴 글렀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고, 그 빵집은 작년 7월 폐업했고, 그 후 나는 1년 간 동네에 있는 여기저기 빵집에서 되는대로 빵을 가끔 사서 간식용으로 두었다. 지나가다 아직 리모델링을 시작 안 한, 폐업 문구가 붙어있는 그 빵집 건물을 보면 어디 새로 문 연다는 글이 붙어 있을까 봐 괜스레 쳐다보고 가고는 했다.


그런데 몇 주 전 어느 날, 우리 집 근처에 있던 카페 하나가 폐업을 했다. 그리고 공사를 시작했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올 모양이었다. 몇 주 간 내부 공사가 끝나고 간판 자리에 조명을 설치하는 분이 계셔서 지나가다 무슨 가게가 들어오냐고 여쭤봤다. 빵집이 생길 거라고 하셨다.

빵집?!

그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빵집이 여기에 다시 생기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런데 간판이 달리던 날, 빵집 이름이 전에 있던 그 빵집 이름이 아니었다.


'그 빵집이 아닌가 역시. 그래도 맛있는 빵집이면 좋겠다.'


조금 아쉬운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이 교차하며 새로 생긴 그 빵집이 문 열던 날,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런데...


카운터에 1년 전 폐업했던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빵집의 사장님이 서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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