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3일 연속 먹다니

by 캐서린

주말에 부모님이 먼 친척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올라오셨다. 나한테 얘길 안 하고 조용히 결혼식만 다녀가시려 하셨다는데 그날 아침에 마침 내가 전화를 해서 알게 되었다. 결혼식장을 알려 달라고 하니 한사코 알려주지 않으셨다. 내가 거기로 갈까 봐 안 알려주신 거다. 내가 계속 물어보자 결국 부모님이 결혼식 끝나고 잠시 우리 집에 들르겠다 하셨다.

평소 청소와는 거의 담을 쌓고 사는 남편이 갑자기 욕실 청소,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라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남편은 달랐나 보다. 좀 놀랐고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치워지고 순식간에 집이 환해진 걸 느꼈다. 이 남자, 이렇게 청소를 잘했단 말인가...


사실, 우리 부모님은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오고 딱 한 번 오시고 안 오셨다. 그래서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부모님은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하시고 집에 오셔서 나는 딸기 주스와 과일을 깎아 후식으로 내어왔다. 그냥 보내드리기가 그래서 딸기 주스 여러 개와 내려가시는 길에 드시라고 빵집에서 빵도 여러 개 사서 종이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집에 오시던 날, 엄마, 아빠가 구워 먹으라며 구이용 한우를 한가득 사 오셨다. 손자에게 용돈도 주셨다. 감사하면서도 우리 집에 오셔서 괜히 부담을 드린 것 같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운전해서 가실 길도 멀고 아빠는 다음 날 출근도 하셔야 해서 겨우 1시간 정도 계시다 가셨다. 그런데 그날따라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이제 다 컸는데도 언제나 나를 위해 주시는 엄마, 아빠가 이렇게 계시다는 것이 감사하고 든든했다.


엄마, 아빠 덕분에 3일 연속 저녁으로 소고기 구이를 먹는다. 이 무슨 호사인가......


외식을 안 좋아하셔서 언제나 고향집에 가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에게 그리 받지는 못하고 늘 주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다음에는 내가 꼭 맛난 식사를 대접해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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