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음악은 나에게 특별하다.
학창 시절에 나는 공부는 중상, 운동도 중상, 미술적 재능도 중간, 남들 앞에 서는 건 너무 싫음.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잘한다고 칭찬받고 자부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노래하는 것이었다.
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못 이기는 척 나가서 노래를 불렀지만 모두가 날 주목하고 있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또 박수받는 그 기분이 좋았다. 반은 부담이었고, 반은 즐겼던 것도 같다.
이것저것 어중간한 내가 유일하게 1등 먹을 수 있는 게 노래였는데, 학창 시절엔 이상하게 가수가 꿈이진 않았다. 19살까지 가수가 꿈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더 들어 그런 꿈을 꾸어 봤지만 이제는 나와 먼 이야기 같다.
그렇지만 노래와 음악은 나에게 참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된다.
10대 때, 친구들이 모두 HOT, 젝스키스, 신화, GOD에 열광할 때, 대중적이고 충분히 좋은 노래지만 오래 간직하고 싶은 노래는 아니었고, 이상하게 마음까지 끌리진 않았다. 친구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오빠들이지만 나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다가왔다(이성의 외모가 중요한 사춘기 시절에 내가 조인성, 원빈 같은 초절정 미남을 좋아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이돌 중에 그래도 노래가 좋아서 매번 테이프를 사모았던 건 SES가 유일한 것 같다.
가수는 노래만 본다. 춤보다는 일단 노래와 음악을 잘해야 한다. 그게 내 취향인 듯하다. 지금까지도.
내가 태어나서 젤 처음 좋아하게 된 가수는 중학교 1년 때 박정현이었다. 내가 아는 한, 우리 학교에 박정현을 좋아했던 친구는 나 말고 단 한 명 있었다. 박정현을 좋아한 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정현을 좋아했던 그 친구가 부르는 'p.s I love you'를 듣고서 인 듯하다.
여담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정현의 노래는 '편지할게요'이다. 사실 '꿈에'라는 노래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난 4집 이전 앨범의 노래들을 더 좋아하고 아낀다. 특히 2집은 정말 모든 노래가 다 좋다. 2집 테이프를 잃어버려서 다시 어렵게 사기도 했었다.
여하튼 박정현을 좋아했다던 그 친구도 사실은 HOT의 광팬이었다. 그때 10대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취향이 아닌데
모두가 열광한다고,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끌려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좋다 생각하는 것.
'친구들은 모를 거야.'
그런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내가 좋아했던 가수는 김동률이다. 수능이 끝날 무렵이었나. 라디오에서 우연히 나온 전람회의 '취중진담'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김동률의 목소리와 그 첫 전주부터 노랫말까지...
19살 여고생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차고 넘쳤다.
그리고 김동률이라는 가수에 빠져서 그의 음악을 많이 찾아들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세대에서는 김동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내 친구들 중에서는 한 번도 김동률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굉장한 가수인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팬들이 모두 티를 안 내다가 콘서트장에서 모이는 건가.
여하튼 김동률의 많은 노래가 있지만 전람회의 '취중진담'은 따뜻했던 내 10대 마지막의 추억 같은 노래이고, 특별하게 애정하는 곡이기도 하다.
또, 나의 스물세 살 엄청나게 푸릇했던 청춘의 한가운데가 생각나게 하는 노래가 있으니 그 노래가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전주와 마지막 구절의 목소리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tv 어딘가에 김동률이라는 가수가 나온다면 채널 돌리기를 멈추고 볼 텐데, 방송에는 나오질 않으신다. 그렇다고 그게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20대를 지나며 좋아하는 가수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던 나는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굉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한 가수가 나타났는데, 그런 감정이 그 나이에 들 수 있다니 참 신기했다. 나름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연예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그리 특별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부터 노래는 좋아할지언정 또는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 자체를 좋아할지언정 다시는 연예인을 좋아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가 쓰는 가사에 한 번 놀랐고, 그 음들이 아름다워서 반했던 것 같다('1995년 여름'이라는 곡은 멜로디가 참 아련히 아름다운데, 그 노랫말이 슬퍼서 개인적으로 특히나 마음이 가는 곡이다. 좀 덜 슬픈 가사였다면 맘 놓고 어디서든 부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했었다. 가사의 원작 시를 보고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여러모로 좋지만 슬픈 곡이다).
그 가수가 바로 이승윤이다. 이승윤의 많은 노래를 내가 좋아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노래가 있는데, 음원에서는 지금 내린 곡이다. 처음 그 노래를 반복해 듣던 날 소파에 앉아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왕창 쏟았다. 다듬어진 음원이 아니라, 기타를 메고 서서 마지막엔 거의 쌩으로 부르는 듯한 모습의 영상이었는데, 눈물 나게 그 감정이 와닿아서 내 안에 억지로 안 보이게 쑤셔 박아뒀던 뭔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래가 '무얼 훔치지'이다.
전주가 나오면 울었던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이 느껴진다.
음악은 참 신기하다.
언제 다시 정식 앨범으로 낼지는 모르겠지만 팬들만 알기에는 아까운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러 악기가 뒤섞여 화려하게 만드는 것도 어떤 곡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 곡만큼은 처음 만든 그대로도 참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승윤의 노래는 여러모로 아련한 느낌이 드는 곡이 많다.
사실 첫인상은 날라리 같았고, 몸을 들썩이게 하는 노래를 온몸으로 또는 조금 풀린 듯한 눈빛으로 너무나 잘 부르지만 이상하게 아련하고 슬픈 노래는 위에 노래들보다 더 잘 전달하는 듯하다. 참 매력 있는 가수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특별히 애정하지 않았던 가수라도 학창 시절 거리에 많이 울려 퍼지던 노래들을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면서 몇 초지만 어린 시절 느꼈던 그 시간에 감정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것이 음악이 주는 힘인가 한다.
마흔이 넘은 지금의 나.
어릴 때처럼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는 열정은 식은 것 같지만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대로이다.
여기에 적은 가수들 노래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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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 학창 시절과
20대 그저 새파란 청춘과
30대 성숙해져 가는 청춘을
뭉클하게 해 주었던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가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