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간 회사의 청년 인턴쉽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지만 하던 일이 마무리되려면 인력이 계속 필요해서 몇 개월 더 일하기로 했다. 정직원으로 전환해 준다는 확답은 없었다. 야근은 당연한 일이었고, 주말 이틀 중에 하루는 출근하게 되었다. 몸 상태가 나빠져갔다. 업무 스트레스도 심해져 갔다. 더욱이 내 앞자리가 부장님 자리여서 부장님 마음에 안 차는 직원들이 혼나고 괄시받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듣고 있자니 그것 또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었고 결과물이 나왔다. 이 일을 평생 하면서 살 생각을 하니 답답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옥상에 올라가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 아빠는 늘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얘기해 주시는 분이셨다. 뭔가를 강요하는 분이 아니다.힘들면 다시 내려오라 하셨다. 하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셨을 것 같다.
계약한 인턴 기간도 끝이 났다. 정직원이 될 때까지 계속 비정규직으로 일할 건지 그만둘 건지 며칠을 생각하다가 회사에 그만하겠다는 얘기를 했다.정직원도 아니었고, 바쁠 시기도 지났기에 내가 회사를 나가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 와중에 서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일단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내 몸만 내려갔다.
고향에 내려가서 바로 또 구직활동을 했다. 원래 하던 일보다 머리를 쓰지 않는 단순한 일을 하고 싶었다. 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다가 한의원 카운터에서 일하는 코디 업무일이 눈에 들어와서 지원했고, 같이 일하자고 연락을 받아 출근을 했다. 탈모, 피부전문 한의원이었다. 그런데 전문 관리인이 아닌 나도 간단한 관리는 배워서 바쁠 때는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하긴 했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간단한 관리는 나도 맡아했다. 카운터 일을 가르쳐 주는 건 뒷전이었다.
그렇게 1~2주 정도 지났을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도 원래 하던 일이 훨씬 보람 있고 나은 일이라는 걸 느꼈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그렇게 한의원을 나와서 서울에 직장을 다시 찾았다. 다행히 금방 일을 구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몇 달 만에 다시 올라가 일하게 되니 서울이 원래 내가 살 곳이었던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나에게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힘들어도 나에게 보람을 안겨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약한 마음으로 다시 고향에 내려가는 일은 없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