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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 Nov 19. 2024

1화 서울이 낯설지만


서울에 사는 것은 나에게 드라마 같은 일이었다.



20대 중반에 취직한 지방에 작은 회사는 다닌 지 2년 만에 부도 위기에 처했고, 몇 달치 월급이 밀렸고, 나갈지 말지 정하라는 팀장님의 말은 그냥 나가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회사에서 나와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 급여를 받고, 구직 활동을 했다. 지방에는 변변한 회사가 잘 없어서 있는 대로 넣긴 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갈만한 서울 회사에도 원서를 넣어보았다. 얼마 후, 설마 연락이 올까 했던 서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청년 인턴을 뽑는단다. 면접 보러 오겠냐는 말에 간다고 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 1시간이 넘고, ktx 타고 가면 서울역까지 2시간 반, 거기서 또 회사까지 30분 정도, 그렇게 4시간이 넘게 걸려 서울 회사에 왔다.


인턴이라 그런지 팀의 부장님만 면접을 보셨고, 얘기를 해보시더니 내가 괜찮아 보이셨는지 서울에 연고지는 있냐고 물으셨다. 없었지만 있다고 했다. 친구집도 있고 이모집도 있는데, 일하게 되면 일단 집 구할 때까지는 친구집에 지내기로 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니 다음 주부터 출근하란다.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했다. 4시간이나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얼렁뚱땅 갑자기 서울에 살게 된다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집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인터넷으로 회사 근처 역에 집을 구해줄 만한 공인중개사 회사를 찾았고 이틀 뒤 엄마와 서울로 또 올라왔다. 원룸, 투룸과 같은 형태의 집을 세 군데  제일 나아 보이는 집을 선택했다. 그 집은 정말 들어가서 누우면 끝인 말 그대로 단칸방이었는데, 역에서 원룸으로 가는 길이 다른 두 곳보다 덜 무서워 보였다.

'이제 월세를 내면서 여기서 혼자 살아야 한다.'

서울에 아주 작은 내 보금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하루 만에 계약까지 마치고 다시 집으로 내려갔다.



서울로 가져갈 옷과 물건들을 챙겼다. 아빠는 집에서 가까운 가전제품 매장에서 노트북을 사주셨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아빠 차에 내 옷을 가득 싣고, 이불, 베개, 그릇, 숟가락, 작은 전기밥솥 같은 당장 필요한 필수 살림살이들만 간단히 챙겨 이사를 했다. 아빠 차가 서울로 들어섰다. 가다 보니 날이 흐려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그늘이 져서 차 안이 어두워졌다. 주위를 보니 도시의 마천루가 그늘을 만들어 갑자기 어두워진 것이었다. 신세계를 본 듯 함성을 질렀다. 글로만 보던 빌딩숲을 눈앞에서 보니 도시를 처음 본 촌뜨기가 된냥 소리를 지르고 만 것이다. 진정한 도시 풍경을 처음 봐서 많이 놀랐던 것 같다. 내가 살던 곳도 광역시인데 서울에 비할 곳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아빠 차 안이라 놀람을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지나고 보니 그곳은 충정로에서 시청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말이지 서울 상경과 어울리는 그 한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사하는 날, 부모님은 슈퍼싱글침대매트리스 하나와 작은 텔레비전과 중고 의자 하나를 사주셨다. 짐을 다 정리하고 모두들 바로 집으로 내려갔다.

나만 혼자 서울에 남겨졌다.

서울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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