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6학년 어떤 수업 시간이었다.
장래희망에 대한 글짓기를 했다.
다 적고 난 후에 선생님은 한 명씩 발표를 시키셨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장래희망이 한 가지가 아니었다.
" 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이유는 ~
나는 화가도 되고 싶다. 왜냐하면 ~
나는 선생님도 되고 싶다.
나는 가수도 되고 싶다.
......
지금 나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많다.
지금은 내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나는...... "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느낌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발표를 마치자 친구들이 내 발표가 꽤 멋지게 들렸는지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쳐주었던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이승환의 <물어본다>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많이 닮아있는 것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 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어어~ 않도록
언제나 내 안에 뭔가가 답답하게 갇혀 있는 느낌이 있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쏟아붓는다면 그 답답함이 해소될까?
언제나 게으른 마음이 문제다.
육아나 집안일은 늘 부지런히 하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부지런하지 못했을까.
무언가를 이루려면 두려움을 깨뜨리고 저질러보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아직도 내 장래희망은 한 가지가 아니고
아직도 내가 뭐가 될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일인데, 그래서 뭐가 꼭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여전히 장래희망을 생각해 보는 어른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