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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 Dec 25. 2024

산타할아버지는 마트 사장인가 봐


아들이 6시도 되기 전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작은 트리 옆에 선물을 보더니 다시 잠들지 못하고 선물로 받은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하나 더 있었던 잠옷 선물은 맘에 안 들었는지 집어던져 놓은 채로...


뒤늦게 일어난 나는 아침을 차리고 있는데

아들은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선물을 처음 발견했을 때 상황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더니 창밖을 보며 하는 말,


"산타할아버지는 홈플러스 마트 사장인가 봐. 그러니까 뭐든지 다 선물로 주지."

"돈이 많으니까 핀란드에 산타마을도 크게 만들어 놓은 거고."


정말 웃기고 귀여웠다. 아직도 산타를 믿고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순수함이 참 예쁘다.



나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한 번도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산타할아버지가 혹여나 오시면 요강에 발을 빠지게 만들어서 넘어지면 꼭 붙잡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요강을 창호지 발린 문 앞에 두었던 크리스마스이브도 있었다.


조금 더 자라서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때도 머리맡에, 아니면 마루에, 선물이 놓여 있기를 언제나 바랐는데 한 번도 엄마, 아빠는 선물을 주지 않으셨다.


대부분이 검소하게 살던 시절이었고, 평소에 그리 못해주신 것도 아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에 작은 선물 한 번 주지 않으신 건 조금 서운했다. 아무리 부모님이 불교신자셨다 해도 말이다.


딱 한 번, 7살 때 유치원에서 선물을 보내라 하셔서 엄마가 포장해 준 36색 크레파스 선물을 가져가 선생님을 드렸더니 며칠 뒤 산타할아버지 분장을 한 사람이 그 선물을 그대로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건 선물 같지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 매년 크리스마스를 챙겨주다 보니 나도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산타할아버지가 몰래 놓고 간 내 선물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에 못 이룬 꿈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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