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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아 Feb 08. 2023

20대지만 싱글맘입니다

10.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혼과 한부모라는 현실 앞에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어린 시절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혼이라는 선택으로 답을 대신하고 잠시 그 여정을 보류했던 것임을.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과정이었음을 말이다.

결혼의 실패와 이별의 아픔은 지금도 나를 괴롭히지만 결코 이혼만이 내가 무너지는 데 결정적 이유가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4년 전, 나의 아픔은 가족이라는 병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벌과 같았던 십 대를 견디고 이십 대가 된 나는

여전히 '나'의 존재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마치 물 밑에 백조의 헤엄과 같이 잔잔해 보이지만

칠흑 같은 삶에 대한 끝없는 발버둥이었다.

방심하고 멈추면 금방이라도 턱밑까지 차오른

어둠에 가라앉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  


나의 부모는 늘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 막내딸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내가 29kg의 앙상한 모습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를 만나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나아지고 있다 믿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어른이 되었다 자만했다.

몸무게를 회복하고 건강이 돌아오면

마음도 건강해지는 줄 알았다.

불행했던 과거 따위 덮어버리고 없던 셈 치면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자주 언니와 엄마가 싸우는 꿈을 꾸었다.

그 안에서 나는 변함없이 소외된 어린아이였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종종 악몽에 시달리는 날이면

소리를 지르거나 울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둠이 내려앉은 신혼방에서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결혼 생활 중 벅찬 행복을 경험했지만

한편으로 불안을 느꼈다.

그는 4년째 만나지 않고 있던 언니와의 만남을 권유했지만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다투는 날이면 그는 늘 대화를 거부했고,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마치 부모가 나의 상처를 방관했을 때와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외롭고 불안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

이 고통을 끝내고 싶었다.   

어느새 그는 나의 아픔에 무뎌졌고, 나 역시 더는 그의 회피를 기다릴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와 아이가 모두 잠든 밤 홀로 우는 날이 늘어났다.




스물둘에 심각한 거식증으로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그를 만났다.

스물셋에 결혼을 했고, 스물넷에 엄마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 스물다섯의 나이로 이혼 후,

현재 스물여섯 살이지만 싱글맘 2년 차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파란만장하고 이보다 큰일을 한꺼번에 겪을 순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나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내 서로를 포기했다.

지금 와 떠올려보니 배려가 습관처럼 배어있던 우리는 가장 배려가 필요한 부부라는 관계 아래

서로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바라보았다.

아이가 없는 삶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마땅히 아이의 양육권은 내게 주어졌다.

나는 훨훨 떠나고만 싶었던 부모의 품으로,

본래 나의 집으로 아이와 함께 돌아왔다.


마냥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절대 끊을 수도 없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다시 들어가 이번에는 진짜

이 고통의 근원을 찾아 뿌리째 뽑겠노라 다짐했다.

마음이 자라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었으니 뒤늦은 방황기는 당연한 업보였다.  

싱글맘이 되어 부모님 집에 돌아온 염치없고 눈치 보이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찾아야 한다.

한 발짝 떨어져 나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너무 냉정하게 스스로를 비난하지도, 한없이 가련하게 여겨서도 안된다.

이토록 개인적이고 부끄러운 일까지도 꺼내어 글로 나열하고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려면 지우고 싶은 과거일지라도 기꺼이 돌이켜봐야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게는 지금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기에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져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둠으로 파고들 것이다.

지독하고 끈질기게 복기해 끄집어내야겠다.


나의 힘듦이 곧 내 아이의 불안이기에.

기필코 절망 속에서도 피하지 않고 돌파하는 방법을 찾아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또 함께할 수 있음을 몸소 알려줘야겠다.

그래서 아이가 삶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에도

그 아픔을 충분히 슬퍼하되 잠식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엄마인 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반드시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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