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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26. 2023

다른 나라 입시 경쟁이 우리와 다른 점

제4장 세계에서 교육 고통이 가장 심한 나라 -2

어느 사회에나 경쟁은 있을 텐데 왜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은 유독 심각한 것일까? 우선 한국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주도권이 집중되어 있고 대학서열화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서열화가 서울-수도권-지방 순으로 지역적인 구분까지 결합되어 더욱 선명한 한 줄로 된 서열이 형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들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김종영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프랑스, 미국, 일본 모두 가장 인기 있는 고등교육 기관이 <그림4-2,3,4>와 같이 영토 전반에 골고루 존재한다.(각주1)

    

그림4-2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의 전국적 분포    

자료: 김종영(2019). 세계적 대학체제로서의 대학통합네트워크.     


그림4-3 미국 세계대학 랭킹 100위 대학 분포(총50개 대학)    

자료: 김종영(2019). 세계적 대학체제로서의 대학통합네트워크.     


그림4-4 일본 세계대학 랭킹 200위 대학 분포(총 7개 대학)    

자료: 김종영(2019). 세계적 대학체제로서의 대학통합네트워크.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 국가 영토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 지역적 분산을 통해 대입 경쟁의 강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줄로 세워진 대학서열에 전 국민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서울 중심의 대학서열화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서열 문제 해결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면서 대학서열 해소를 함께 추진하여 각 지역 대학의 발전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가도록 국가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입시 경쟁이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나라들이 지나친 경쟁을 견제하는 사회적 장치들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입 경쟁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미흡하다. 물론 대학별 고사를 금지하고 생활기록부에 부모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의 장치는 적용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대학서열을 해소하려는 정책은 정부의 계획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그랑제콜이라는 엘리트 교육기관이 있다. 혹자는 그래서 프랑스에도 한국 못지않은 대학서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그랑제콜 이외의 프랑스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평준화되어 있어서 한국처럼 모든 대학이 한 줄로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또한 프랑스 사회는 경쟁이 지나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 발표된 국립행정학교(ENA) 폐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에 의하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2021년 4월, 수많은 대통령과 총리를 배출한 대표적인 그랑제콜인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9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당시 시위대와의 토론회에서 정부의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약속했던 내용(각주2)이다. 이는 사회의 경쟁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프랑스 시민사회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역시 입시 경쟁이 일정 수준이 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어느 대학이든 지원해서 공부할 수 있다. 그런데 선호도가 높은 일부 학과는 NC(Numerus Clasus, 입학 정원 수 제한)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의대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독일에서 거주하며 자녀들을 독일에서 키운 박성숙 씨가 밝힌 독일 의대 입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최고 대학 인기 학과의 예로 뮌헨 의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20%는 무조건 아비투어 평점이 높은 순서, 20%는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던 후보자 순서다. 대기자의 선발 기준은 성적이 아니라 오래 기다린 순서다. 나머지 60%는 대학에 자율권이 주어진다. 뮌헨 의대는 성적과 함께 3년간의 아우스빌둥(직업실습교육)을 마친 사람에게 보너스 점수를 준다. 독일 입시에서도 성적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국영수'를 완벽하게 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은 포기하고 음악이나 미술, 혹은 사회 과목을 중요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도 독영수를 선택한 학생과 똑같은 평가 기준이 적용된다.”(각주3)


독일 역시 인기 학과는 경쟁이 치열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성적 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의대 등의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는 데서 우리나라의 입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평준화된 독일의 대학이 경쟁력 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박성숙 씨는 <더타임스>에 발표된 세계대학평가 자료를 예로 들어 독일의 대학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표4-2). <표4-2>에 의하면 “독일 대학은 50위권 내에는 하나도 없지만 200위 안에 10개의 대학이 들고, 500위 안에 든 대학이 영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이다. 한국은 최고의 수재를 한 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투자해 얻은 결과지만, 독일은 몇몇 학과가 유명할 뿐 다른 대학과 큰 차이가 없는 평범한 대학”(각주4)이라는 것이다.      


표4-2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2009년)                    

자료: 박성숙(2010). 독일교육 이야기. 21세기북스.     


독일 대학의 사례를 보며 우리나라 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상위 몇 개의 대학에 들어가는 데 과도한 경쟁을 하고 국가에서도 지원을 집중하는데도 교육 경쟁력은 낮은 방식이 아니라, 대학입학 경쟁을 대폭 낮추고 대학서열을 없애서 어느 대학을 가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서열 해소를 통해 초중고 학생들의 경쟁 고통도 줄이고 동시에 대학 교육의 질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임을 알 수 있다.


각주

1) 김종영(2019). 세계적 대학체제로서의 대학통합네트워크.

2) 파이낸셜뉴스(2021.4.9.). 프랑스 마크롱, ‘노란 조끼’ 약속 따라 공무원 그랑제콜 폐지.

3) 박성숙(2015). 독일 교육 이야기 두 번째. 21세기북스. pp.242~244에서 발췌.

4) 박성숙(2010). 독일 교육 이야기. 21세기북스. pp.25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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