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첫째에게 여러 일들이 많은 날이었다.
일단, 방과 후 바이올린 수업이 있는 날이라서 무거운 바이올린을 들고 가는데, 반에서 장기자랑으로 바이올린을 하기로 했단다. 반에는 보면대가 없으니 집에 있는 보면대를 야무지게 챙기는 것 같은데 들고 가려니 무게가 상당하다.
게다, 등교 시간 즈음에 갑자기 장대비가 내린다. 우산도 써야 할 판이다.
방학을 앞두고 있어 1학기 교과서도 계속 가지고 오고 있는데, 오늘따라 아이 가방도 꽤나 묵직하다.
첫째 하교 시간. 둘째의 하원 차량 오는 시간과 맞물려서 평소에는 첫째 하교하고 아파트 1층 올 때쯤, 얼굴 보고 바로 둘째 하원 마중을 간다. 근데, 어제는 첫째 교문 앞에 나온 하교 알람이 10분가량 늦게 왔다. 아마 사정이 있어서 늦은 모양이다. 둘째 하원시키고, 얼추 첫째도 올 시간이 되어서 집 앞 첫째가 걸어오는 길에서 둘째와 기다렸다.
저~~~ 쪽 골목을 돌아 걸어오는 한 아이. 짐을 바리바리 들었다. 우리 첫째다!
손을 번쩍 들고 가로저으면서 반갑게 손인사를 했다.
들고 있던 짐을 그 자리에 툭 떨어뜨리고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아이.
뭔가 심상치 않아, 얼른 뛰어갔다.
오늘따라 학교에서 1학기 교과서도 잔뜩 챙겨 오고 학교에서 자기가 만든 물에 담긴 개운죽도 가져왔는데, 바이올린 시간 끝나고 나오는데 그만 들고 있던 개운죽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 안에 담긴 개구리알과 물이 바닥에 쏟아졌고 그걸 수습하느라 늦게 학교를 나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날 기온이 30도.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이고 지고, 땀은 비처럼 쏟아지는데 빨리 걸을 수 없어서 더 늦어진 것이고 말이다.
"얼마나 힘들었어. 그 무거운 걸, 이렇게 더운 날. 에구, 너무 애썼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해주었다.
무거운 짐을 나에게 모두 맡기고 한결 홀가분해진 첫째의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동생과 장난치며 걸어오는 그 길, 일부러 아이들 더울까 에어컨을 틀어놓고 갔었는데 시원한 집에 들어오니 너무 행복해하는 아이.
앞으로도 너에게 어쩌면 편하고 즐거운 일들만 있지는 않겠지. 불편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생길 거야. 그때마다 엄마가 슈퍼우먼처럼 나타나 해결해 줄 수 없을 거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가 너의 안식처가 되어줄게.
해결사는 아니지만, 힘든 마음 꼭 품어주는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되어줄게.
집에 와서 기분 좋아진 첫째는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얘기해 주었다.
"고마워, 너의 이야기 엄마에게 들려주어서. 엄마가 열심히 들을 테니까 언제든 얘기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