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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 Dec 06. 2024

얼마나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한강 <12월 이야기>

12월 이야기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 줄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 줄게  

눈물도 얼어붙는 십이월의 사랑 노래  


서늘한 눈꽃송이 내 이마에 내려앉네  

얼마나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얼마나 더 먼 길을 헤매어야 하는지  

서늘한 손길처럼 내 이마에 눈꽃송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흘러가고 흩어져도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기억들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순간들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속에 남은 노래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속에 남은 노래


작사, 작곡: 한강

노래: 한강, 이지상

이지상, 앨범 <기억과 상상>, 2006.


12월이다. 

한강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달이다. 두 달 전부터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한강 열풍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12월 10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사건이 일어났다. 


"비상계엄"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해 2시간 반 만에 이를 무효화했고, 결국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일찍 잠든 사람은 아침에 뉴스를 보고 어리둥절했을 해프닝, 그 시간에 깨어있던 사람은 불안과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암담한 밤이었다. 


"소년이 온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크게 기여한 소설 <소년이 온다>는 작가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기리며 쓴 작품이다. 그들이 "80년 5월에서부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천천히 이렇게 넋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를 상상"하며 작가는 그 소설을 완성했다. 80년 5월의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해야 할 시기에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며 고통과 혼란을 초래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빛날 2024년 12월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더 비통하다. 꼭 그렇게 다 망쳐야만 속이 후련했냐!


"국민이 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용한 전직 대통령의 최후를 역사는 분명히 증언하고 있다. 국민은 부정한 권력에 대항해 분연히 일어나 싸우며 정의를 바로 세웠다. 


다시,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이 글의 초고를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 줄게"라는 제목으로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 문장을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에 흐르는 정서를 이해하고자 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겪고 참담한 심정으로 글과 제목을 고쳐 발행한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으로 들려줄 '12월 이야기'를 고대한다.


<12월 이야기>


함께 촛불을 드는 마음으로 소오생 님의 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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