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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Mar 08. 2024

점차 진짜 어른이,

명확하게,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나의 이유

3/2

기숙사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고,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내가 듣는 교양 과목에서 수업 자료로 사용할 영화였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 할 영화였다. 마침 딱히 무언가를 열심히 시작하기 힘들어지는 일요일 아침이었기 때문에 영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나의 마음속 부담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제목은 '그린북'. 평점이 높은 영화를 찾아볼 때마다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던 영화여서 기억 한편에 남아있었다.  2시간 10분 동안 영화를 감상했다. 좋은 영화였다. 요즘 들어서 이런 잔잔한 감성의 영화도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철이 드는 걸까? 큰 주제는 인종차별에 관한 것이었는데, 요즘 같이 자극적이고 스펙터클한 요소만 즐비한 세상에서 이런 물 흐르는 듯한 매체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 뒤로는 학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충분히 평화로운 하루였다. 오늘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았음에 운명에게 감사했다. 압도적으로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하루를 무탈하게 보낸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것 같다. 앞으로 변수도 많이 생기고 힘든 일도 많이 생기겠지만, 뭐 그저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 에너지 소모를 하고 싶지 않고 하면 안 되니까!


3/3

오늘은 알바 면접이 예정돼 있었다. 나의 첫 알바. 이전부터 서빙이나 주방 알바보다는 카페 알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유는... 일단 육체적으로 덜 고될 것 같았고, 만약 동일하게 고되더라도 카페 일을 하며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좀 더 많을 것 같았다. 알바가 학교로부터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무조건 면접이 성공적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난 경력이 아직 아무것도 없는 사회 '극' 초년생이기 때문에 뽑히지 않아도 할 말은 없었다.. 더군다나 카페 알바였기 때문에.. 오전 11시 즈음에 면접을 보고 왔다. 면접 후의 느낌이 상쾌했다. 사장님께서 금일 중으로 말씀해 주신다고 하셔서 남은 시간은 연락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고 5시 즈음!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과는 합격! 비록 큰 노력 없이 알바에 된 거지만... 합격이라고 생각할 거다.


알바가 되면서 나의 대학생활의 큰 틀이 어느 정도 구성이 된 느낌이었다. 평일에는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하며 보내고, 주말에는 오전 시간에는 열심히 효율적으로 공부를 해준 뒤, 오후 시간에는 알바에 열중하면 될 것 같았다. 비록 주변에서 그렇게 되면 주말에 약속을 못 잡지 않냐고 했지만, 그렇다고 수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평일에 알바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열심히 잘 준비해 나가며 살아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 같았다.


사실 용돈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으려고 하면 받을 수는 있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 어쩌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로는 별다른 용돈 없이 생활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리는 바람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도 있다. 그래도 난 내가 한 말을 특별히 후회하진 않는다. 뭐 이럴 때 알바도 처음 해보는 거고, 바쁜 나의 일상이 나에게 더욱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잘 짜인 무언가에서 안도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나에게 굉장히 만족감을 주는 하루였다.


3/4

이젠 수업 2주 차다. 비록 내 시간표에는 공강이 없지만 난 충분히 만족한다. 밸런스가 잘 맞기 때문이다. 월 수 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화 목은 조금 힘들다. 주변을 보면 절대적으로 공강을 사수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았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공강보다는 이렇게 주중에 조금씩 수업이 나눠져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하루 수업을 듣고 복습하기에도 수월하고, 일정한 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하루들의 연속이 만들어져서 보다 완성도 높은 한 주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3교시에 한 개 있었다. 5일 중 유일한 3교시였다. 난 화수목금 전부 1교시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오히려 좋다. 오전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수업을 들어준 뒤, 오늘은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전입신고. 기숙사로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에 법적으로 밟아야 되는 절차라고 했다. 이런 행정적인 문제를 나 혼자 다뤄보는 건 처음이라서 또 한 번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주민센터까지 뚜벅뚜벅 걸어가서, 혼자 서류를 쓰고, 혼자 전입신고를 마쳤다. 별건 아니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었다. 점점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해나가는 것 같아서 괜스레 기숙사로 돌아가는 걸음걸이가 힘차지는 게 느껴졌다.


3/5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많든 적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각해서 사용해야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한 번 써보기로 했다. 따로 전문적으로 기입하진 않았고, 매일 작성하는 일기장 위에 달별로 누적되는 사용 금액을 적을 생각이었다. 확실히 눈에 명확하게 보이니까 무의식 중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큰 힘이 들지 않는 습관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와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은 5일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3시간 수업을 하고, 또 3시간 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교수님들 두 분 다 3시간을 꽉 채워서 수업하시진 않으셨다. 더군다나 두 개 다 전공수업이었지만, 생각 외로 수업이 재밌었다. 진짜 공부를 한다는 느낌? 고등학교 때는 틀에 맞춰진 당연한 것들을 풀어서 배우는 느낌이 강했다면, 대학교 수업은 내가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많았고 훨씬 실재적인 지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부 강의평이 좋은 수업들만 수강신청에 성공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1학년 1학기 수업들에 대한 내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느낌 그대로 학점 관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겠다는 결심이 드는 하루였다.


3/6

어제가 힘든 하루였기 때문에 오늘은 여유로웠다. 수업 한 개만 들으면 끝나는 하루였다. 윤리와 관련된 교양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대해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지만, 2주 차 수업을 들은 뒤, 명실상부 내가 듣고 있는 모든 수업 중 최고의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윤리와 철학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필수 교양 과목 중 윤리와 관련된 것을 택했다. 좋아하는 분야긴 했지만, 고등학교 윤리 수업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나 달랐다. 딱딱한 사상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주가 되는 수업이 아니라 진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수업이었다. 말로 형용하기에는 너무 어렵지만 어쨌든 내 마음에 쏙 드는 강의였다.


수업을 듣고 난 뒤에도 내 하루는 멈추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지금까지 배웠던 수업 내용을 전부 복습하고, 기숙사에서 저녁을 먹은 뒤 러닝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정기런에 참석해서 운동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난 동아리를 4개 한다. 다들 2개만 해도 충분하다고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20살, 1학년이기 때문에 혹시 이후에 수정을 하더라도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래퍼 중 한 명인 빈지노의 노래 'Always Awake'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단지 조금 더 어리단 건 억울하긴 해도 잠재가치가 커" 너무 지금의 나에게 잘 들어맞는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다 드러나지도 않은 나도 잘 모르는 나의 가치를 하나씩 찾아나가는 중이다.


3/7~3/8

음악이 너무 좋다. 꼭 하고 싶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앨범에서 곡 하나가 선공개되었다. 최고였다. 지금도 여전히 반복재생 중이다.


이제 본격적인 대학생활들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과 활동들도 하나 둘 공지를 하기 시작했고, 동아리들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수업이 한 개 남았다. 경제 수업.. 내가 듣는 모든 강의 중 가장 이론적인 경향이 강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수업이니 꼭 끝까지 집중력 유지하며 잘 마무리하고 와야겠다. 내일은 첫 알바가 시작된다. 내가 맡은 일은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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