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 ;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동사

동사, 다시 생각하다

by 심 취하다

일꾼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인사말 - 바빠?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물어본다면, 바쁜 게 눈에 안 보이는지 서운하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물어본다면, 놀고 있다고 핀잔주는 듯하여 서운하다.


바빠? 누구냐? 넌!


신입 일꾼은 자잘한 일들로 바쁘다. 열정 일꾼은 일에 몰입하여 바쁘다. 숙련 일꾼은 타 팀과 협의, 상사와 후배와의 의견 조율로 바쁘다. 얌체 일꾼은 바쁜 척하느라 바쁘다. 꼰대 일꾼은 참견하느라 바쁘다. 바빠! 스타 일꾼은 호수 위 오리와 같다. 일꾼들 앞에서는 여유로운 척, 아는 척한다. 뒤돌아서면 약속 잡고, 업무 파악하고, 생존 고민에 바쁘다. 바빠!


국어사전_바쁘다

1. 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인하여 딴 겨를이 없다.

2. 몹시 급하다

3.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딴 겨를이 없다

*유의어 ; 경황없다, 공사다망하다, 급급하다



영업 1팀 신입 일꾼은 바쁘다. 바빠! 사무용품 구매,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 대리점 재고 조사, 판매 실적 추이 집계 등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무실에서의 잡일은 모두 신입 일꾼의 몫이다. 캐비닛의 사무용품을 점검한 후 자리로 허둥지둥 돌아가는 신입 일꾼에게 꼰대 일꾼이 말을 건다. '바빠?'


신입 일꾼은 지나치며 대답한다. '네.' 꼰대 일꾼은 기분이 나쁘다. '신입이 바쁘면 얼마나 바쁘고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내 말을 지나쳐?' 꼰대 일꾼은 작년 판매 자료를 찾아 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네' 하며 지나가다니. 꼰대 일꾼은 당황스럽다. '아, 라떼는 말이야... 선임이 말하면 옆에 착 달라붙어서 무슨 일이세요? 뭐 할까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했는데... 요즘 MZ 란....' 입을 삐죽삐죽하며 자신을 노려보는 얌체 일꾼의 시선을 느낀 신입 일꾼은 저 시선이 너무 싫다. '바빠서 바쁘다고 했는데 왜 저러시는 거야?'


얌체 일꾼은 내년도 사업계획 관련 비용/예산을 맡았다. 팀 회의 시 잽싸게 손들어서 낙점받았다. 비용은 올해 기준에서 매출, 인원, 물가 상승률 변동을 살짝 반영하고, 팀원으로부터 추가할 사안만 접수하여 반영하면 끝이다. 신규 사업, 기존 사업 확대, 매출 계획 파트를 맡은 열정 일꾼과 숙련 일꾼은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 듯하다. 얌체 일꾼은 당해연도 비용예산 엑셀 시트를 모니터 창에 크게 띄어놓고 휴대폰으로 재테크에 열중하고 있다. 때론 큰 소리로 누군가와 전화통화하며 바쁘다. 바빠를 외친다.


신입 일꾼은 판매 실적을 집계하다가 과거 자료 중 궁금한 게 생겨 장수 일꾼에게 다가간다. '바쁘세요?' 장수 일꾼은 순간 움찔한다. '아니 이 친구가 내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이렇게 비꼬는 거야? 어디 신입 일꾼이 바쁜지, 한가한지 따지고 있어?' 장수 일꾼의 순간 일그러진 얼굴에 신입 일꾼은 난감하다. '문의를 드릴려고 인사차 바쁘신지 여쭈어본 건데, 뭐가 기분이 나쁘신 거지?' 서로 감정만 상한 채 돌아선다.



'바빠'라고 물어봤을 뿐인데, 우리 일꾼들은 서로 마음이 상하고는 합니다. '바빠'의 올바른 사용설명서를 살펴볼까요?


신입 일꾼님. 상사 일꾼의 '바빠?'라는 질문은 바쁜지 궁금한 게 아니에요. 일을 부탁하고 싶거나,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사용하는 직장 관용어입니다. 이럴 때는 뭘 도와드릴까요? 말씀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대답해 보세요. 사랑받는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고 힘드시다면 '네'라고 답변해서 딱 잘라내시는 용기도 때론 필요하답니다.


얌체 일꾼님. 놀고 있는 거 다 보입니다. 바쁜 척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노세요. 그게 덜 미워요.


장수 일꾼님. 말 걸기가 어려워 시간이 괜찮으신지라는 의미로 관용어 '바쁘세요?'라고 인사드린 거예요. 후배 일꾼이 다가오면 무슨 일이 있는지? 할 얘기가 있는지? 따뜻하게 물어보시고 차 한 잔 하시며 장수 일꾼의 인생 노하우, 일 노하우를 후배 일꾼에게 나눠 주세요.




일꾼이 피해야 할 관용 인사 - '바빠?'

이 말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바쁠 때 이 질문을 받으면 화가 납니다. '안 보이니? 나 바쁜 거? 건드리지 마라.' 급한 일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데 '바빠?'라며 누군가 다가오면 당황합니다. 잠시 쉬고 있는 건데 놀고 있다고 타박하는 건가?


'바빠?'라는 직장 관용어는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상대방이 바쁜지 궁금할 때는 '바빠'라고 물어보세요. 그 외에는 '바빠?'라는 상용 인사가 아닌 하고 싶은 얘기를 하세요. '이거 도와줄 수 있을까?', '너랑 얘기하고 싶어',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렇게요!


회사 단어는 좋은 단어를 화려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피해야 할 단어를 줄이는 지혜와 자제가 더 아름다운 관계와 성과로 이어집니다. 우리 상처받지 말아요. 우리 상처 주지 말아요. 피하고 싶은 단어 '바빠'입니다.


일꾼의 분류 ★

스타 일꾼 : 직장인의 꽃은 임원?

장수 일꾼 : 정년까지 꽉 채우는 실속파

꼰대 일꾼 : 네가 뭘 안다고, 지시형

숙련 일꾼 : 합리적 판단과 경험. 추진형

열정 일꾼 : 인정받고 싶다. 성공추구형

얌체 일꾼 : 나만 아니면 돼. 배짱이형

신입 일꾼 : MZ라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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