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 취하다 Nov 27. 2024

어쩔 수 ; 출근 詩, poem 4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


스타 일꾼이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


열정 일꾼은 따진다

이럴 순 없어요


장수 일꾼이 위로했다

그럴 수 있어


숙련 일꾼은 실망한다

저럴 수 있나


회사는 말한다

이럴수도 있다

저럴수도 있다


일꾼 어쩔 수 없다

그저 따를 수 밖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을 마주하고는 한다. 일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일단 해보는 수밖에'

  MZ세대에게는 당당한 어쩔 TV가 있다면 X세대에게는 고객 숙인 '어쩔 수' 가 있다. 상사의 업무 지시를 받아 X세대 팀장은 MZ팀원에게 업무를 배분한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부서가 하기로 했어.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바빠지겠어"
 팀원들은 속으로 외친다. '어쩔 TV, 팀장이 받아왔으니 알아서 하셈'

  회사에 충성을 다 했건만 일꾼은 뒤통수를 맞고는 한다. 이럴 수 없다, 그럴 수 있냐 항변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 라는 회사의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일꾼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그저 받아들일 뿐.

  비가 쏟아지는 날, 피로에 짓눌려 일어나기 힘든 날, 추운 날이어도 어쩔 수 없이 출근 길에 오른다. 이럴 수 없다고 따져봐야 나만 더 피곤하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를 되뇌인다. 어쩔 수 없다면 그럴 수 있다로!  출근 길. 출근 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