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인천공항이 이렇게 컸었지?'
오랜만에 와본 인천공항을 둘러보며 가족들과 인천공항 내부를 걷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올 때마다 설레는 곳이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천공항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설레는 그런 곳.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은 잘 모르겠단 말이야 ' 설레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걷다가
출국장 앞에 가족들과 내가 섰다.
이제 곧 가족들과 헤어질 순간인데 나는 이상하게 눈물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슬픈 감정도 들지 않았다.
'뭐지... 적어도 슬퍼야 하는 거 아니냐...'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눈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고 있었다.
" 아, 엄마~~ 왜 울어요~!" 하며 엄마를 안아주었다.
평소에 눈물도 잘 없으신 엄마가 우는 걸 보고는 내가 이번에 한국을 떠나는 게 가족들에게도 꽤 큰 의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못 견딘 나는 괜찮다며 한참을 떠들어댔다. 그렇게 한동안 엄마를 안아주며 달레 주고는 가족들의 걱정 어린 잔소리와 응원을 듬뿍 받고는 출국장을 향해 들어갔다.
" 도착하면 연락해~!!!!! "
엄마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피식 웃고는 우리 엄마는 참 걱정도 많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걱정 많은 엄마가 나를 외국으로 혼자 보내다니..'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고는 그렇게 먼저 뒤를 돌아 출국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적어도 1년은 못 보겠지...' 가족들이 손을 흔드는 마지막 순간의 모습을 잘 기억해 둬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어 나갔다. 사실 이때까지도 아무 느낌도 감정도 들지 않았다. 무슨 로봇도 아니고... 사실은 실감이 안 났다. 그저 담담히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걸어 나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 내가 진짜 가는 게 맞아?' 생각하며 게이트 앞 벤치에 털썩 앉았다. 노트북 가방과 작은 여행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다. 엄청나게 큰 창밖으로 곧 내가 타게 될 비행기가 보였고 나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떠나기는 하나 보네...' 손에 쥔 여권사이에 껴있는 내 탑승권을 한참 들여다봤다.
'허... 아니 진짜 가네....????'
갑자기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갑자기 누가 꺼놨던 나의 감각 스위치를 켠 것처럼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근거림은 내가 비행기에 탑승하여 내 좌석에 앉았을 때, 그리고 특히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희열감과 함께 내 몸은 붕 하늘로 떠서 어느새 한국을 벗어나고 있었다.
'안녕...!!! 대한민국!!! 곧 다시 보자!!!!!'
그렇게 새로운 나의 시작을 축하라도 해주는 듯 한동안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즐기며 그동안 내가 이 유학을 위해 애썼던 시간들을 생각했다. 무엇 하나 예상한 대로 흘러간 것이 없는 유학 준비였고 그래서 더더욱 예상되지 않는 미래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여정에서 배운 것 하나가 있었다.
'인내한다면 결국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구나'
결국 이뤄냈다는 부푼 성취감을 만끽하며 나는 어느새 미지의 나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