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ing my 50s
작년 이맘때 49세 생일날에 우울의 바닥을 찍은 이후, 며칠 전 50세 생일 때는 희망과 행복 그 정점을 찍었다.
내 50살 생일 축하는 삼 개월 전 페루를 다녀오는 길에 LA 공항에서 남편의 카톡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집에 도착해 하룻밤 자고, 그다음 날 딜러샵에 가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했다. 차가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15년간 나는 2004년식 미쯔비시 랜서 세단을 운전했고, 마일리지가 이십만 킬로에 근접했으며 녹이 군데군데 슬었다. 남편은 50세 생일에 나에게 새 차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나의 새 애마는 M사의 E400 4 matic으로 문이 두 개 달린 간지 나는 까만색 Coupe다. 지난 15년 이곳 캐나다에서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남편이 주는 선물이었다. 3개월 차 접어든 나의 애마는 운전할 때마다 나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지난 15년 이민 1세대로 열심히 살아온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느껴진다.
지난 주말 집어든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은 쉰 살을 바로 코앞에 둔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주옥같은 교훈들을 안겨 주었다. 내 비록 마흔이 아닌 쉰 살에 접어들지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앞으로 30년 동안 세컨드 라이프가 펼쳐질 것임을 깨닫게 했다. 나는 60세에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은퇴=노후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돈 아껴 쓰며 여행이나 다니지~ 골프나 치지~하는 생각으로 60대 이후의 삶은 사실상 쓸모없는 시간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60대는 다 내려놓을 때가 아니고 진짜 챙길 것들을 챙겨야 하는 나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직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매일 1시간씩 읽기로 했고 이번 주 잘 실행했다.
상사 M은 내 50살 생일날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나의 대답을 듣고 M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눈이 촉촉해졌다. 내 대답은 "I’m really looking forward to stepping into my 50s. I’m much happier now than I was at 20. Back then, everything felt uncertain. I didn’t have money, experience, confidence. But now, I have money, experience, confidence, good health, and a loving family who supports me."
정말 그렇다. 나는 나의 앞으로의 인생 후반부가 너무너무 기대된다. 그리고 앞으로 은퇴까지의 10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다. 존엄한 나의 세컨드 라이프를 위해, 매일매일 나를 만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날마다 성장할 것이다.
50살 생일날 출근해 하루를 보내며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았다.
1. 지난 주말, 좋은 책을 만나 내 인생 후반기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었음이 감사다
2. 책에서 도전받아,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며, 변화는 내 책상 앞에서 시작하도록 결심함이 감사다.
3. 아침 일찍 일어난 와이프, 미역국은 뎁혀서 생일 아침상은 차려줘야 할 것 같은 부담에, 남편이 새벽같이 일어나 계속 내 주변을 서성이며 미라클 모닝을 방해했다. 미역국은 생일전날 저녁에 내가 직접 두 솥을 끓여, 한솥은 몸이 좋지 않은 옆집 언니네에 가져다 주었다. 미역국 뎁혀 밥 두 그릇을 아침부터 말아먹는 남편. 하지만 입맛 좋은 남편 있음에 감사, 또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역으로 셔틀을 운행해 줌에 감사다.
4. 출근길 캠퍼스 팀홀튼에서 아들과 함께 커피와 그린티를 사서 아들은 도서관으로 향하며, 엄마 해피벌스데이 해브 어 굳데이라고 인사하고 각자의 길로 향함도 감사다. 팀홀튼 직원에게 우리 오더를 얘기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가면 알아서 우리의 커피와 티를 말아준다.
5. 6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올라갈 튼튼한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 건물은 층간 높이가 높아 일반 건물 10층 높이이다.
6. 사무실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 방에 들러 해피 버스데이를 외치고 간다.
7. 바쁘게 살아가지만 내 생일을 잊지 않고 생일축하 문자를 보내주는 지인들이 있음도 감사다.
8. 일할 수 있는 직장 있음에 감사다.
9.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수 있어, 글로 소통하는 벗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10. 지난 25년 나와 함께 동고동락한 남편이 있음에 감사하다.
"실비아에게
당신의 50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세월 열심히 달려온 당신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록키 산맥의 산줄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한 25년 동안 당신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드라도 (남편은 경상도라 "으"와 "어"가 항상 헷갈린다), 언제나 따뜻한 집으로 돌아와 쉴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어느새 흰머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인생은 50세부터 시작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마주한 결승점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기보다는 아침 산책길을 걷는 것처럼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어면서 (같은 실수) 함께 걸어가요. 언제나 꿀벌처럼 열심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당신의 꿈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11. 지난 21년 내 아들로 살아온 아들로부터 받은 카드도 내 마음을 만졌다.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엄마를 위해 이렇게 한글로 손 편지를 써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어머니
생일 축아함니다! 이재 벌서 50살이 대연내요. 이 중요한 마일스톤을 넘어서, 미래에도 오래 사시새요. 이 50년 중에 저랑 가치 21년을 사란는대, 저한댄, 이 모든 시간이 조왓음니다. 저를 낳아조서 곰아고, 안내해조소 곰아고 제 21년을 도라보면, 어머니가, 저를 개속 안내해 좆슴니다. 어려슬대는 아버지가 수학 못 푼다고 연필부려디리대, 몰래 문재푸러주고, 이재는 재가 못사는 옷도 쟁겨주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거금을 들여 룰루레몬에서 3개를 사줬다), 너무 고마움니다. 이재 50살이 댄는대, 절반 포인트로 완내요 하하. 저랑 갓치 50년 더 잘 부터봅시다. 오래 살고 저를 개속 인도해 주새요. 어머니가 없으면, 재방은 평생 지져분일거에요. 생일 축아하고 복마니 바드새요."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이민 1세대, 지난 15년간 성실함과 열심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며 살아온 내공의 사람, 그 힘으로 내가 원하는 제2의 라이프를 아름답게 시작하고 채워나갈 사람이다.
**이번 스토리는 자랑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지난 시간들을 너무 열심히 살아왔고 그 보답을 이렇게 받았으며, 앞으로의 또 다른 쉬인살을 이렇게 쉬아이닝 쉬타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