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시작은 좋았다.
모닝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도시락 가방에 에이스 한 봉지를 챙겨왔다.
여러 번 에이스를 먹어봤지만, 오늘에서야 눈에 띈 글귀 하나.
To. 에이스
잘하고 있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이런저런 이메일에 답변을 보내고 일을 진행하던 중,
P학과에서 대학원생 장학금 신청 서류가 들어와 있었다. 학생의 CV와 추천 교수의 두 장짜리 추천서도 강력했다. 하지만 중요한 form 두 개가 빠져 있는 걸 발견했다.
P학과 대학원생 행정업무 담당자인 J에게 누락된 form이 있으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알렸다. J의 이메일 답변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 무성의했다.
"A교수가 모든 서류를 다 준비했고 제출까지 직접 했어"
그리고 바로 Thank you로 마무리.
J는 정확히 내 버튼을 눌렀다.
내 입에서는 바로 모니터 속의 J에게
"So what?!?! WTF" 이 튀어나왔다.
이런 열받는 이메일을 받을 때, 나는 24시간 이내에 답변을 보내지 않는 게 나의 룰이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마감이 코앞이고, 빠진 서류가 무려 두 개다.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도 높은 대학원생이었다. 이럴 땐 24시간 룰에서 벗어난다.
이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장학금 신청은 학생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행정 업무다.
그 과정에서 행정 담당자의 역할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다. 빠진 서류가 있다면 사전에 체크하고 조율해야 한다. 나는 책임을 회피하는 J의 방식에 침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관련 교수 A와 학과 대학원 학과장 C까지 모두 이메일에 포함시켰고, 담당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나의 이메일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 내가 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C (P학과 대학원 학과장)랑 A교수도 포함 (copy)했어. 혹시 추가로 조율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설명은 고마워.
A교수가 신청서류를 직접 준비하고 제출한 건 알겠어.
하지만 너는 P학과 대학원 행정담당자야. 장학금 신청서류에 빠진 게 있으면, 중간에서 네가 확인하고 챙기는 게 너의 역할이야.
A교수에게 연락해서 빠진 서류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제출해 줘."
나도 Thank you로 마무리했다.
J에게서는 그 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A교수는 정중하게 사과했고, 빠진 서류도 작성해서 기한 내에 제출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J에게서 장학금 신청 관련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지난 6월 우리 단과대학 7개 학과 대학원 행정팀 (J와 C는 이 그룹에 포함되어 있었다)에 보냈던 장학금 신청 관련 이메일과 첨부서류들을 A에게 다시 전달했다. 참고하라며. 당연히 모든 답변에는 J와 C를 포함시켰다.
C (P학과 대학원 학과장)는 A교수가 모든 걸 알아서 했고, 본인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신청서류 중 자기가 어떤 부분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나는 빠진 서류 중 C의 사인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을 알려줬고, 다른 학과 대학원 학과장들이 학생들의 장학금 신청서류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에 그들의 input을 집어넣는지 알려주었다. 당연히 모든 답변에는 J와 A교수를 포함시켰다.
나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퇴근하고 저녁 맛있게 챙겨 먹고, 내가 애청하는 나솔사계의 유튜브 짤을 봤다.
24기 옥순, 미스터 나에게 묻는다.
"오빠, 돈 많아요? "
......
우와, 또 빡쳤다~
**맞춤법 검사에서 "빡친"이라는 단어를 자꾸 수정하라고 나오지만, 오늘 저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빡친"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