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You are my star

30년 뒤 이 글을 보고 있을 너에게

by YOSPAPA

안녕.

사랑하는 딸.


2023년 어린이날 맞아 너에게 편지를 적는다.

오늘 보니 아직은 네가 어린이날을 또 다른 주말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구나.

아빠가 찾은, 근처 새로운 Brunch 맛집이 만족스러웠는지 다음에 또 오자고 입맛을 다시며 말하던 너.

네 엄마가 그래도 어린이날이라고 오후에 Disney Princess판 레고 하나 사줬더니,

안 씻고 계속 놀겠다며 한참을 울고불고하다 결국 씻고 일찍 잠든 너.

생각해 보니 아빠는 따로 선물을 챙겨준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다른 Brunch(story) 맛집에 편지를 남기는 것으로 어린이날 선물을 갈음게.


사실은 말이야 아빠가 올해에 들어서부터 너를 위한 글들을 썼었어.

그 글들을 모아 30년 뒤에 너에게 보여줄 책으로 만들겠다는 다짐 했거든.

네가 태어나고 틈틈이 너와의 추억들과 감탄스러운 너의 어록들을 아빠의 일기장이나 휴대전화에 남겨놨었기도 하고, 너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그 자체로 아빠에게는 이 세상 제일 멋진 시이자 명문이기도 하고.

입만 떼도 시가 되고 웃음을 주는 너의 말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아빠가 약간의 추억과 함께 살을 붙여 대필해서 남겨보자는 게 아빠의 글쓰기의 시작이었어.

대필자가 역량이 부족해서 원작자의 출중함을 잘 살려내주지 못한 점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름 바쁜 하루하루 중에서도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썼단다.

최초 일 년간의 계획으로 시작했던 일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 서두르게 되었어.

진짜 책으로 만들려면 글을 쓰는 게 끝이 아니라 그 뒤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너를 위한 글을 포함해서 글쓰기는 계속할 예정이지만 아빠가 또 다른 모험과 도전들로 많이 바빠질 것 같아.

네가 아가일 때 정작 잠든 너를 눈앞에 두고서는 너를 찍은 사진을 하염없이 보고 있던 어떤 날처럼,

너를 위한 글을 쓴다면서 너를 뒷전에 두고 글 생각하느라 같이 노는데 집중 못해서 너의 호통을 듣는 날들도 많아지기도 하고 말이지.

뭐니 뭐니 해도 아빠에게는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게 최우선인데 말이야.


놀랍게도 매일매일 너는 아빠에게 새로운 글감들을 투척해 주지만,

우선은 맨 처음 목표하고 계획한 수준에서 묶어낼 글들을 마무리하기로 했어.

이번주만 해도 놓치기 아쉬운 수많은 소재들을 남겨줬지만 말이야.

네 엄마가 '빨리 휴식이 필요하다~~~' 했더니 장난감 과일을 잔뜩 들고 와서는 '어떤 후식을 드릴까요?'라고도 하고,

유치원에서 알파벳 배우기 시작한다고 학구열에 심취해서는 한글로 된 식물도감을 들고 와서 아빠에게 영어로 읽어달라고도 했었지.

최초 구상에서 쓰려던 글들 중에도 조금 민망해서 못쓴 이야기들도 있고 (예를 들면 뿡뿡 뿡뿡뿡),

쓰다가 지나치게 진지해지거나 혹은 쓸 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써보려니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글들도 생기더라.

반대로 문득 생각나서 썼는데 생각보다 술술 써지는 글들도 있어 안 써지는 글들이 대체되기도 했어.

[2023년 1월의 글 묶음 구상]


어쨌든 쓰겠다는 말로만이 아닌 진짜 글로써 너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로 아빠는 정말 기뻐.

그리고 고맙다.

너로 인해 글을 쓰기 시작한 덕분에 아빠의 삶도 조금은 더 충만하고 행복해졌어.

아빠가 운전할 때 자주 틀어서 너도 알고 있을 노래인 '말하는 대로'가 전하는 메시지를 조금은 더 체득하게 되었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쓸지' 생각하게 되고, 요새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른 새로운 시작에도 열정과 자신감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어.

늘 아빠는 제대로 도전하지 않은 20대를 후회했었는데, 40대가 되었을 때는 30대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남은 30대의 시간을 달려가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가 쓴 글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야.

아빠가 좋아하는 'Big Fish'라는 영화가 문득 생각나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빠는 주인공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만 늘어놓지.

그래도 그 아빠도 누군가를 정말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건 단 하나의 거짓이 없는 이야기였거든.

글을 쓸 때마다 30년 뒤, 지금의 아빠쯤의 나이가 되어 글들을 읽고 있을 너를 생각하며 글을 썼단다.

어느 날 새벽 피곤함을 무릅쓰고 일어나 글을 쓸 때였어.

감성적인 새벽이라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등 뒤에서 가만히 아빠를 안아주는 너를 느꼈지.

먼 훗날의 네가 아빠를 안고 속삭여주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었어.

'아빠. 오늘 하루도 열심히 보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너의 응원과 위로를 들으며 앞으로의 30년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단다.


사랑한다 딸아.
앞으로도 영원히,
내가 존재하는 매 순간
널 더 많이 사랑하겠노라 약속하마.


아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밝혀준 네게 한번 더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2023년 5월 5일. 아빠가.

[Special thanks to 조카 S.On 화백 - 20230429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