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속의 변화무쌍 ‘나’
날씨는/초아늘
어제는 그냥 지나가던 무엇도
오늘은 금세 지나칠 수 없는 마음
오늘은 감흥 없이 지나가던 시구가
내일은 가슴 깊이 흔적을 새기는 일
어쩌면 내가 봤던 감명 깊은 영화가
어느 순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는 것
지루해서 졸기만 했던 책이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것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고
스스로의 형태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영화와 노래 같은 것들을 꼽아보려 해도 선택지를 떠올리는 데에만 한 세월. 그 마저도 어제는 [타이타닉]에 뜨끈한 순두부찌개가, 오늘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가벼운 카프레제가 최애가 되는 하루하루가 다른 삶.
이전에는 단 하나만이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가 될 수 있다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돌려 듣던 노래를 더 이상 떠올리지 않고, 정신 사나워 치워 두던 난해한 노래 한 곡이 마음 중심에 박혀 감정을 구성하게 되는 일이 인생 여기저기에 불쑥 튀어나오다 보니,
어느새 사람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고, 오늘의 시선과 내일의 시선이 다름에 스스로에 대한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나에게 조차도
함부로 나를 판단하게 두지 않고
조그만 유리틀 안으로
밀어 넣지는 않을 수 있게
하루하루가 다른 날씨가 그냥 ‘날씨’인 것처럼 오늘이나 내일이나 ‘나’는 그냥 ‘나’인 걸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