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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7시간전

보고 싶은 아이들

한방 병원의 특혜(?)

 병원에서의 날들은 거의 일정하게 흘러갔다.


 "식사 왔어요." 


 아침을 소리.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배식원이 커튼을 열어젖혔다. 테이블 위에 식판을 재빨리 올려놓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평소에는 건너뛰기 일쑤였던 아침 식사인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뱃속이 요란했다.

 시간 맞춰 딱딱 나오는 밥에 빠르게 적응한 몸만큼 회복도 잘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식사 후엔 복도를 어슬렁 거리며 소화도 시킬 겸 운동을 했다. 병원 건물 옥상에 작은 정원이 있었지만 거의 흡연자들이 점령했던 터. 비흡연자인 나는 복도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호사에게 눈짓으로 허락을 구한 뒤 병원 근처 공원에서 콧바람 정도는 쐴 수 있었으니까. 돌아오는 길엔 커피숍에 들러 시원하게 아아 한 잔 마실, 오히려 나에게는 그 편이 더 나았다.

 

  오전이나 오후에는 한 번씩 물리치료를 받았 일주일 혹은 이주 간격으로 줄줄이 잡혀있는 예약 스케줄에 맞춰 대학 병원으로 통원 치료를 오갔다. 그러던 중 그 병원 안과에 복시를 검사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타 병원으로 갈 일이 생겼다. 걱정할 것 없이 한방 병원에서 차량 지원을 해주어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아픈 몸도 점차 나아져 가고 삼시 세끼 맛난 식사에 편안한 서비스까지 부족할 것 없는 병원 생활이었다. 은팔찌 할머니, 다른 환자와 소통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꿀 같은 휴식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집과 아이들이 신경 쓰였다. 심하게 아플 땐 내 몸에 신경이 곤두섰는데, 몸이 나아지니 온 정신아이들에게로 쏠렸다. 봄엔 학교에서 하는 행사들이 많아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곧 있을 학부모 공개수업. 거기 못 간다면 어린 둘째가 얼마나 상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궁금해할 것 같아서 보내.]


현장 체험 학습이 있던 날, 동네 엄마가 아이 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똑같은 하늘색 반티를 입은 아이들 가운데서 내 아이만 유난히 꼬질해 보였다. 사이즈가 큰 옷 때문인지, 어쩐지 어깨도 축 쳐진 것 같았다. 엄마의 부재는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언니, xx이 너무 씩씩하게 걸어가던데? 애들 걱정 말고 몸 잘 추슬러.]


 어리광 피우고도 남을 나이에 의연한 척 감정을 숨기는 둘째였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것 때문에 항상 고민이었다. 꾹꾹 눌러 참아오던 감정이 한 번에 터졌던 날, 아이는 내가 집에 없었던 날들을 기억해 내며 서럽게 울었다. 할머니가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 내 욕심에서 오는 거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유난히도 거슬렸다.


 "저...  선생님! 아이 학교에 볼일이 있어서요. 몇 시간만 다녀와도 될까요?"

 

 그렇게 한방 병원의 특혜를 받아 통원 치료가 아닌 개인 사유로 외출을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학교. 복시 때문에 4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었다. 왼눈을 감고 난간에 의지했다. 학부모 공개 수업이 막 시작하려는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 눈이 휘어지며 환하게 웃는다.


 '그래, 이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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