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을 결정하고 의사와 상담을 했다. 오토바이와 부딪히며 생긴 근육통과 타박상 등은 거의 사라졌지만 분명 사고의 후유증이 있을 거라고 했다. 의사는 아이들이 걱정되는 마음은 알지만 본인 몸을 생각해서 충분히 회복한 뒤에 퇴원하라고 만류했다.
"미쌍님처럼 애들 눈에 밟힌다고 퇴원했다가 재입원하신 분들 많이 봤어요."
옆에서 간호사가 거들었다. 재입원이라니. 그 말을 듣자 앞으로 다가올 현실이 눈에 아른거렸다. 아무리 몸 사리고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해도 당장 집으로 가면 아이들 끼니에 집안일까지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이 차려주는 맛있는 세끼 밥에 오롯이 혼자 누워 잘 수 있는 침대가 분명 그리워질 터였다. 아, 눈 딱 감고 며칠만 더 있다 갈까 하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 일렁였다. 하지만 두 달 가까운 시간을 꿋꿋하게 버텨준 아이들을 생각해 퇴원을 강행하기로 했다.
퇴원하면서 받은 확인서
대학 병원에서 14일, 첫 번째 한방병원에서 20일 모두 합해 딱 60일 만이었다. 그동안 쌓인 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통원 치료용 옷가지와 신발, 병실에서 신던 슬리퍼, 세면도구, 화장품, 주전부리들, 노트북과 책까지 다양한 품목에 남편이 혀를 내둘렀다. 퇴원 전날 1차로 짐을 보낸 건 안 비밀이다.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들을 떼고, 한방 병원의 퇴원 선물 (선물을 가장한 보험 처리된 한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온 뒤, 한동안은 몸이 괜찮았다. 적어도 병원에 있을 때와 비슷한 몸상태가 유지되었다. 그래서 슬슬 집안일을 사부작거리며 시작했다. 가급적 몸을 쉬어가며 최소한으로 움직였다. 복시로 요리할 때 칼질 하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한쪽 눈을 감으면 그나마 괜찮았다. 저녁 준비로 도마 위에 양파를 썰고 있는데 둘째가 물어왔다.
"엄마, 근데 말이야. 눈을 왜 그렇게 찡그리고 떠?"
"어? 내가 그랬나?"
"응. 저번에 책 볼 때도 그러고, 왜 눈을 그렇게 해?"
"아, 그게 말이야... OO이 걱정할까 봐 말 못 했는데, 엄마 사고 나면서 눈 한쪽이 잘 안 보여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래."
이보다 더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나랑 자전거는 어떻게 타? 한쪽 눈 감고 타?"
"아니... 그래서 엄마가 당분간은 OO이랑 같이 자전거 못 탈 것 같아. 미안해."
"나쁜 사람들! 엄마 눈 돌려내. 으아앙-"
머리에 붕대를 감고, 주렁주렁 링거에 주삿바늘 꼽은 내 모습을 보고도 울지 않았던 아이가 울음을 쏟아냈다. 병원에 왔다 갔다 할 때도 한 번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두 달 동안 참아온 마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 듯 그 울음은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사고를 낸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함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