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1년은 대학병원과 대형 병원을 오가며 보냈다. 포도막염은 지난 화에 언급한 것처럼 재발하지 않는지 경과를 보는 중이고, 이석증이 아니라는 소리에 한시름 놓았다가 메니에르 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증상이 심해지면 먹을 수 있는 응급약만 처방받았다. 눈은... 제일 문제인 복시는 사고 충격으로 인해 4번 시신경이 손상됐거나 아예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지만 희망적인 메시지 함께 남겼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병원을 오가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이 글의 연재를 시작했을 땐 이미 사고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으니 말이다. 입원 중에 써두었던 글과 기록 몇 개를 올려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고, 승인이 난 글이 <슬기로운 입원생활>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글을 쓰면서 중도에 포기할까 했던 적도 있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지금 이걸 왜 쓰고 있지? 무엇을 위해서? 갖은 생각이 떠올라 삭제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던 날이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매주 글을 써서 올린다는 것이 조금은 귀찮기도 했고, 글쓰기가 습관화되지 않은 터라 쉽지만은 않았다. 재밌고 감동적인 글을 쓰는 작가들이 넘쳐나는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두서없고 어설픈 나의 글이 때론 부끄러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음이 우왕좌왕한다. 이 연재북을 삭제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다. 이유를 대고자 한다면 끝도 없고 핑곗거리는 넘쳐난다.
하지만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글쓰기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다. 1년이 넘은 사고의 기억을 들춰내고, 나의 현재 몸상태를 이야기해 가며 얻고자 한 것은 글로서 과거의 상황을 마무리 짓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함이다.
작지만 마음 속 크게 자리한 흉터
사고의 흔적이 이마의 흉터로 남았다. 레이저 치료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에 세수하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속이 상하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나와 가족들은서로를 더아끼게 되었고 마음이 단단해졌다.
나의 글쓰기도 <슬기로운 입원생활>이라는 연재북으로 남겨둘 것이다. 흑역사 혹은 흉터처럼 남겨지겠지만, 앞으로의 글쓰기는 더 발전하여 이 글로 말미암아 촘촘하고 단단하게 다져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생각 하나로 부끄러운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병원 입원 중에 듣던 <어린이책 글쓰기> 수업은 퇴원 후에 더 열심히 수강하여 6개월의 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아직 데뷔작은 없지만 그림책과 어린이 동화, 동시 등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계속 쓰다 보면 더 단단해져 좋은 책으로 나올 날이 오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