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내 삶의 언어들

by 푸른 노을


손톱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네일 샾에서 손톱을 다듬었다. 화촉점화를 하는 혼주의 손이니 은은하게 꾸며 달라고 했다. 직원은 꼼꼼히 매만져 주었다. 섬세한 기구로 손톱을 자르고 다듬더니 연 핑크색을 입힌다. 수십 광년이나 떨어진 밤하늘의 별을 은하수처럼 손톱에 흩뿌리더니 끝이 났다고 했다. 한 시간 남짓 공을 들여 꾸민 내 손은 별을 타고 내린 갓 피어난 벚꽃송이처럼 화사하다. 꽃물이 손톱에 막 내려앉은 듯 은은했다. 열 손가락 손톱에 화장한 것뿐인데 온몸을 치장한 듯 흡족했다. 주인공이라도 된 듯 손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불빛에 비춰본다. 신데렐라처럼 변한 손을 보며 왜 여태 제대로 한번 꾸며주지 않았을까 의아해한다. 궂은일은 도맡아 하는 손인데 얼굴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무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화촉점화를 기다리며 결혼식을 맞았다. 핑크색의 한복을 차려입으니 사람들은 혼주가 예쁘다며 칭찬한다. 패션의 완성은 한 끗 차이라고 손톱 덕분일 것으로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손을 건네 악수라도 청하며 손톱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 탓에 손을 내밀다 말며 쭈뼛한다. 모른 척 손을 잡아도 사람들의 시선은 내 모습에 머물러 있지 손톱은 안중에도 없다. 양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 인사를 나눈다. 손톱은 연분홍 치마 색에 묻혀 본전도 못 찾는다. 손을 치켜들어 머리를 매 만져 본다. 곱게 단장한 올림머리 앞에서 손톱의 영역은 너무나 하찮다. 제대로 눈길 한번 끌지 못하고 스르르 미끄러져 내린다.

그때다. 결혼식을 도와주는 직원이 흰 장갑을 가져다주며 화촉 점화 때 장갑을 껴야 한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 안사돈을 쳐다보니 안사돈이 넌지시 장갑을 끼고 있다. 나도 얼떨결에 따라서 장갑을 낀다. 내 손톱은 고스란히 장갑 속에 갇혀버린다. 화촉점화를 할 때도 드레스 입은 신부가 행진을 할 때도 내 손톱은 장갑 속에 갇혀있다.


결혼식이 끝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이다. 처음 치르는 혼사이다 보니 긴장했는지 아직도 장갑을 끼고 있다. 내 손톱의 부재를 의식한 순간 나는 장갑을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슬며시 남편의 손위에 내 손을 포개며 “손톱 예쁘지!”라고 한다.

남편은 내 손톱을 쳐다보며

“결혼식도 끝났으니 이제 지우지! 손톱도 숨을 쉬어야 해.”라고 말을 뱉는다.

나는 재빨리 장갑 속으로 손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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