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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쿠알라룸푸르 여행 - (5)

윈드랩, camp5 클라이밍(1 Utama 쇼핑몰)

by 요미


쿠알라룸푸르가 노잼 도시라는데,
아이는 즐길 게 많은 걸


아침에 침대에 누워 말레이시아 카페를 검색하다 어떤 글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한식 반찬만 있는 밥집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있는 곳! 바로 뚜와 채비를 해서 식당 탐방에 나섰다.

아주 큰 건물을 빙 둘러보다가 빅벤 어학원 지하 1층에 위치한 푸드코트 내에 한식집을 발견했다. 부엌 앞에 진열된 음식을 보니 어머, 우리네 집밥 반찬이다! 계란말이, 잡채, 김치볶음밥, 어묵볶음... 이미 영혼을 빼앗긴 채 사장님께 물어보니 식판에 담은 양만큼 결제하고 먹으면 된단다. 나랑 뚜는 정신없이, 하지만 먹을 만큼만 골라 식판에 담았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우리가 아는 그 맛, 참 그리웠다.

든든하게 한식으로 배를 채우고 그랩을 불렀다. 오늘은 쿠알라룸푸르 일정을 짤 때, 투어와 함께 미리 예약해 두었던 실내 스카이다이빙과 클라이밍을 하러 갈 예정이다. 두 체험 모두 페탈링자야의 1 Utama 쇼핑몰 내에 있다. 스타 레지던스에서 그랩으로 3~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 쇼핑몰, 규모가 매우 크다. 입구를 잘못 내리면 찾기 힘들다던데 우리는 운 좋게 구름다리 밑에서 내려 왼쪽 건물로 들어갔더니 윈드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윈드랩(WINDLAB Indoor Skydiving)

1 Utama Shopping Centre, S601, 1 Utama E, 1, Lebuh Bandar Utama, Bandar Utama, 47800 Petaling Jaya, Selangor, 말레이시아

https://www.windlab.my


실내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반값에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클룩에서 미리 예약을 했고 현장에서 추가금을 내면 ‘하이라이드’라는 특별한 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해선 후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이라이드가 타임당 선착순이라는 이야기가 있길래 혹시 몰라 왓츠앱으로 업체에 클룩 예약 번호와 아이 나이, 하이라이드 희망 문자를 보내놨다.


윈드랩 앞에 다다르니 카운터 직원이 키즈카페 입구에 있을 법한 기계에 이용자 등록을 먼저 하라고 했다. 간단한 영어만 알면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다. 완료 후 안내를 받아 입장하면 길고 넓은 복도가 나오고 안쪽에 스카이다이빙장이 나온다. 넓은 홀 가운데에 투명하고 커다란 원통이 있고 그 안에서 엄청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원통 옆 부스에 있는 직원이 바람 강도와 시간을 컨트롤하고 위 모니터에 바람 세기가 표시되고 있었다.

우리가 30분 정도 일찍 간 터라 앞타임 사람들이 하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일일체험이 아닌 정규반 같았다. 이름이 새겨진 본인만의 헬멧과 옷을 입었고, 동작도 실제 스카이다이빙을 준비하는지 몸을 웅크린 채 돌거나, 하늘다람쥐처럼 팔다리를 펴고 오래 떠있거나 하는 전문적인 자세를 연습하고 있었다.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시설들도 신기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갔다.


우리 차례가 되자 먼저 방으로 데려가 간단한 안전 교육을 했다. 어른들만 있었던 앞타임과 달리 뚜와 비슷한 또래가 대부분이었다.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기본자세를 배우고 윈드랩에서 빌려주는 옷과 신발을 착용했다. 고글과 주황색 옷, 신발을 착용하고 헬멧까지 옆구리에 끼고 있으니 짜슥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앞에 친구들 몇 명이 체험을 한 후, 뚜 차례가 왔다. 부스 위 모니터를 보니 아이들이라 그런지 어른에 비해 바람 세기가 조금 약해져 있다. 바깥 강사님이 뚜를 입구 앞에 세우고 내부 강사님이 준비되면 순식간에 뚜를 들어 올려 안으로 넣어(?) 준다. 원통에 입장하자마자 강사님이 잡아주며 요리조리 여러 자세를 취해본다. 바람이 워낙 세다 보니 뚜의 볼살이 미친 듯이 떨리고 몸은 종이인형처럼 나불댔다. 저러다 척추 다치는 거 아냐? 싶을 정도로 보는 사람 눈엔 몸이 흔들리고 허리가 꺾였는데 강사님이 몸을 잡아주셔서 뚜는 전혀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다 한다.


먼저 50초 체험을 해보고 무섭지 않다 싶은 희망자에 한해서 추가금을 내고 ‘하이라이드’를 할 수 있다. 하이라이드란 우리 눈높이 정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강사님이 손을 잡고 원통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오는 것이다. 고소공포증인 나에겐 꿈도 못 꿀 일! 뚜는 대체 누구를 닮은 건지 (아빠도 고소공포증) 너무 재밌다며 하이라이드를 총 두 번했다. 이때의 기억이 강렬했는지 가끔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스카이다이빙은 빼놓지 않는다. 윈드랩 때문 에라도 쿠알라룸푸르에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할 정도이다. 높은 것에 무서움이 별로 없는 아이라면 강추하는 체험!!


교육과 장비 시간까지 합해서 약 2시간 정도 머물렀던 스카이다이빙 체험이 끝나고, 클라이밍을 가기 전에 쇼핑몰을 잠시 돌아보았다. 그런데 몰이 정말 크고 은근히 길이 복잡해서 중간에 몇 번 길을 잃었다. 길을 헤매다 영화관까지 올라갔었는데 앞에 또(!) 인형 뽑기 기계들이 있어 뚜가 원정 인형 뽑기 몇 판을 했다. 결과는 역시 꽝. 우리나라 일부 가게처럼 갈고리가 힘이 없어서 잘 집지 못하더라.


소소한 추억도 하나 생겼다. 카페에 잠시 들렀는데 마카롱이 먹고 싶다는 뚜에게 카드를 주며 직접 주문해서 사보라고 했다. 멀리 앉아 지켜보니 점원과 간단히 대화를 하고 마카롱 구입에 성공! 뚜도 뿌듯했는지 볼살이 한껏 위로 올라가도록 웃으며 나에게 왔다. 이날 먹은 마카롱이 참 꿀맛이었다 한다.




캠프5 클라이밍(Camp5 Climbing Gym 1 Utama)

5th Floor, Camp Five Sdn Bhd (684938-T EZ501, 1 Utama Shopping Centre (New Wing), 1, Lebuh Bandar Utama, Bandar Utama, 47800 Petaling Jaya, Selangor, 말레이시아

https://www.camp5.com​​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했다. 지점이 여러 곳이 있으니 다른 가까운 곳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는 1 Utama 몰에서 클라이밍 짐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웠다. 길을 애초에 잘못 들어 클라이밍으로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하지 못하고 중앙 에스컬레이터에서만 빙빙 돈 것이다. 한참 헤매고 나서야 처음 도착했던 1층 입구 쪽에 은행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 있는데 그곳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약 확인과 이용자 등록을 마치면, 뚜 발에 맞는 신발과 안전장비를 대여해 준다. 우리가 예약한 프로그램은 초보자가 약간의 강습과 함께 클라이밍을 배워보는 클래스였는데, 지금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그때와 선택 메뉴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클라이밍 센터는 생각보다 컸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부터 2층 꼭대기가지 올라가는 코스도 있고 2층에서 즐기는 코스들도 다양하게 있었다. 난 의자에 앉아있고 뚜만 강사님 앞에 가서 섰는데 대부분이 또래 아이들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어디든 엄마들은 비슷한 걸까? 이곳도 아이들이 강습을 받는 동안 엄마들은 내부 카페에 앉아 수다 한마당이 펼쳐진 익숙한 광경에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영어만 잘했으면 합류할 뻔!


아이들은 강사님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고, 이용자가 아니면 2층 출입은 제한되기에 밑에서 올려다보며 지켜봤다. 강사님이 안전한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낮은 곳에서 연습해 보더니 본격적으로 두 명씩 올라갔다. 뚜는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씩씩하게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처음엔 자세가 어려워 잠시 헤맸지만 한 번 해보고 나니 다음부터는 쉽게 잘 내려왔다.

그런데, 대기하는 동안 흥미로운 장면을 봤다. 옆에 어떤 아이가 뚜에게 말을 걸고 같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나, 내가 원했던 장면이다. 다른 나라 친구들과 대화해 보는 것! 물론 주목적이었으면 한 달 살기 하며 어학원을 보냈겠지만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대화해 보는 경험을 했으면 했다. 말을 걸어준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나중에 뚜에게 물어봤다.


“뚜야, 아까 옆에 친구가 말 걸던데 무슨 얘기했어? “

“응, 나 몇 살이녜. 9살이라니까 자기는 10살이래. 어느 나라에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옆에 다른 애가 ‘앙녕하세요’ 이렇게 인사해 주더라!”


난 잔소리 대마왕 엄마답게(?)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을 보탰다.

“어때! 다른 나라 친구랑 대화하니까 재밌지?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거야. “


아이들이 낮은 코스를 모두 끝내고 다른 코스로 이동했다. 2층 한편에도 높은 코스가 있었다. 아래에서 다 보이진 않았지만 뚜는 위까지 다 올라갔다 왔나 보다. 내려와서 나를 만났을 때 높은 곳까지 갔다며 재잘대기 바빴다.


뚜를 지켜보다 문득 내 앞에 어떤 분이 보였다. 왜소하지만 다부진 체격을 가진 할아버지였다. 그분은 1층-2층으로 이어진 긴 코스를 몇 번이고 도전하셨다. 올라가다 내려가고, 숨을 고르고 손에 분을 묻히고 다시 오르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계신 듯한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자꾸 그분을 보게 되었다. 내 글 솜씨로는 표현을 다할 수 없지만 온몸에 땀이 쏟아지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내 속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도전이 이렇게 멋진 거구나.

뚜가 강습을 끝낸 후 자유시간에 그 할아버지가 오르던 코스를 똑같이 오르는 걸 보고 기분이 묘했다. 같은 코스를 오르는 할아버지와 꼬마. 뚜가 정상에 다다랐을 때 할아버지가 겹쳐 보이며 박수가 절로 나왔다. 클라이밍의 매력이란 이런 걸까.


뚜는 이날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클라이밍 센터를 자주 찾아다니고 있다. 센터 선생님께 클라이밍을 배웠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매번 정상에 도전한다.




모든 체험이 끝나고 배가 고파 식당을 찾았다. 난 어느 식당이든 잘 먹을 수 있는데 까다로운 뚜 입맛을 맞추자니 또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야외 식당가에서 두끼를 발견했다. 한글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재료바의 구성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를 뿐 맛은 똑같다. 특히 한식을 좋아하는 뚜가 아침에 이어 엄지를 들어 올리며 싹싹 긁어먹었다.




집에 가기 전, 여기에 AEON BANDAR UTAMA라는 유명 일본 체인 마트가 있다기에 찾아갔다. 역시 망고부터 집어넣고 뚜에게 먹일 고기를 샀다. 김치도 빠지면 안 되고. 사실 여기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쿠알라룸푸르에 왔던 날부터 계속 내 맘에 걸렸던 그 코팅 벗겨진 냄비, 그것 때문이었다.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냄비를 새로 사야 하나 고민고민을 하다, 그래 이거 하나로 밥도 해 먹고 고기도 굽고 라면도 끓이자 싶어 뚜껑 달린 냄비 하나를 샀다. 퇴실할 때, 우리 다음으로 올 숙소 손님은 코팅 벗겨진 냄비로 안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깨끗이 닦아 부엌에 놓고 왔다.


참고로 쇼핑몰이 크기 때문에 그랩을 부를 때 위치를 정확히 알고 불러야 한다. 나처럼 영어가 잘 안 되는 사람은 길이 한번 엇갈리면 수습이 어려우니까. 나는 절대 기사님과 통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는 생각에 우리가 있는 위치를 몇 번이고 확인하고 입구 옆에 가드에게도 확인받고 그랩을 불렀다.


쿠알라룸푸르가 사실 ‘노잼도시’라 불리며 관광객이 주변국에 비해서 적다고 하는데, 어린이 기준으론 재밌는 것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번쩍 거리는 수많은 쇼핑몰들, 스카이다이빙, 클라이밍, 우리는 하지 않았으나 여기 1층에 있는 서핑체험, 키자니아, 과학관, 박물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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