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종종
"내 삶은 너무 단조롭고 평범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크게 보면,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열심히 일하다가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 동료들과 술 한잔 하는 일상의 반복이다.
주말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금요일 저녁을 맞이하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결국 이번 주말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삶이 앞으로 몇십 년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누군가 "지금 당장 사직서를 던지고 전 세계를 여행하라!"라고 이야기한다면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요즘,
여행 광고 문자나 친구들의 SNS에 올라온 여행 사진은
사직서 양식을 만지작거리는 내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한다.
"나도 사직서든 휴가든 뭔가를 내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
그저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이런 탈출 욕구는 과도한 지루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매일 반복되는 회색빛 일상,
그리고 신선 함이라곤 찾기 어려운 하루하루.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갑자기 사표를 던질 수도 없고,
전 세계 여행 경비를 마련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일상을 관찰하며 작은 변화나 새로움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리 단조로운 하루라도,
24시간 중 단 몇 분 정도는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무튼,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지 않고,
우선 아침 시간부터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나는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5시 10분에 알람이 한 번 울리지만
그건 단지 "일어날 준비용" 알람일 뿐이다.
복싱 선수가 주먹을 날리기 전 잽을 날리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5시 20분, 메인 알람이 울리면
나는 다리로 이불을 말며 다시 잠을 청하려 애쓴다.
하지만 미리 설정해 둔 오래가는 알람 덕에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를 정리하고 화장실로 향하던 중,
냉장고에서 양파즙을 꺼내 먹는 것을 깜빡했음을 깨닫는다.
옷을 벗으려다 말고, 냉장고를 열어 양파즙을 꺼내 들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신다.
예전엔 아침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계란과 밥, 김치를 먹곤 했지만
언젠가 버스에서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이후로
쇼핑몰에서 구매한 양파즙이 이제 내 아침 메뉴다.
혹시 양파즙도 나에게 그런 경험을 선물한다면,
다음부터는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스에 오를 생각이다.
양파즙을 마시고 나서야 샤워를 시작한다.
샤워를 마치고 옷장을 열어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어제 입었던 옷과 비슷한 걸 골라 입는다.
"어차피 회사 가는 데 패션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로션을 바르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수첩을 펼친다.
수첩에는 오늘의 목표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영어 단어, 책 베껴쓰기, 일기 쓰기, 독서, 운동, 글쓰기, 논문 작성 등.
수첩을 보면 내가 꽤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사실, 목표 달성 표시는 약간의 꼼수를 통해 얻어진다.
예컨대, 영어 단어 하나를 외워도 목표 달성,
일기를 한 줄만 써도 목표 달성.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몇 분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평소에는 그렇지 않지만, 과음한 다음날은 살짝 꼼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침 6시 20분이 되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책을 읽기 위해서
책 두 권을 가방에 넣는다.
하지만 실제로 두 번째 책을 꺼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냥 가방 무게만 늘리는 셈이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나는 사소한 놀이를 한다.
길가의 꽃 종류를 세는 것.
민들레와 개나리를 보면 오늘은 두 종류,
새로운 꽃을 발견하면 세 종류.
하지만 숫자가 5를 넘으면 무엇을 봤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꼽으며 세는 게 이 놀이의 핵심이다.
아무튼 회사로 향하는 버스에서는 주로 독서를 한다.
버스 이동시간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통계적으로 15분은 책에 눈을 가져가며 졸음과 싸우고,
나머지 45분은 졸음에 패배하고, 좀비에 빙의된 것처럼 헤드뱅잉을 한다.
마침내 회사 주변에 도착할 때쯤이면
마치 나는 잠에 굴복하지 않은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은 척하며 내린다.
이게 나의 출근 전 아침 일상이다.
글로 적어보니,
내 아침 일상이 생각만큼 지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바보 같은 행동들, 소소한 재미, 그리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까지.
아마 하루 전체를 보면 더 흥미로운 부분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삶을 새롭게 만드는 건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여행 경비를 아꼈으니,
이번 달도 카드값 걱정 없이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