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우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용악, 그리움
DJ님께서도 군대를 다녀오셨는지요? 저는 〇〇〇경찰서에서 18개월째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 점오가 굿모닝 팝스를 시작하는 여섯 시라 처음부터 다 듣지는 못해도 늦게라도 꼭 라디오를 켭니다. 오늘 하루의 희망을 바라면서 말입니다. 지난 주일엔 저를 군대에 보내고 떠나간 소녀의 생일이었습니다. 한 가지를 잃고도 모든 것을 잃은 그런 느낌의 소녀말입니다. DJ님께서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요? 이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나요? 오늘 아침엔 라디오로나마 들려주고 싶습니다.
‘네가 나를 떠나도,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