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원을 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곤 아이 스스로 양말을 벗고 빨래통에 넣기 그리곤 손을 씻으러 가는 것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루틴이다. 아이는 빨래통에 양말을 넣고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에게 달려온다. 엄마는 그런 아이가 대견하다며 양손으로 최고를 만들어서는 마음껏 칭찬한다. 예전엔 집에서도 5분 떨어지기가 무서웠는데 이젠 10분 이상도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다. 화장실로 달려가선 “어두워서 안 보여”라고 외친다. 어른들이 불을 켜고 화장실을 들어간 것을 유심히 봤는지 무엇이든 따라 하려는 모습이다. 빠르게 달려가서 스위치를 켜주고 싶지만 몸이 무겁다. 옆에 보이는 아이의 탱탱볼을 잡아서는 공을 몇 번 던져서 불을 켜주었다.
우와…. 이제 보여!!!!!!
아이는 신이 나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간이 의자를 빼고 손을 씻는다. 이리저리 물비누 한 번, 비누로 한 번 씻다 보니 옷은 역시나 젖었다. 신이 나서 엄마에게 양손을 보여주며 스스로 손을 씻었음을 강조한다. 역시나 최고라며 멋있다며 칭찬을 한가득해준다. 아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어떤 것 때문에 저렇게 신이 났는지 모르겠는 엄마는 아이 뒤에서 아이의 시선을 쫓아가본다.
알고 보니 엄마가 탱탱볼을 던져서 스위치를 맞췄던 것이 아이에겐 재미있는 상황이었나 보다. 아이는 본인 머리보다 큰 탱탱볼을 양손에 잡고는 힘차게 던진다. 탱탱볼은 벽에 맞은 다음 아이의 얼굴을 가격한다. 하지만 아픔보다는 목표치를 이루려는 아이의 집념만이 남아있다.
통 통 통
공은 이리저리 삼촌방에도 굴러가고 아이 방에 굴러가고 그러다가 화장실에도 굴러간다.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면 안 쓰러울 정도로 얼굴에 공을 맞고 있다. 하지만 안쓰럽다는 건 어른의 시선일 뿐이다.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 놀이가 정말 재미있어서 할 뿐이다. 그렇게 30번은 던졌을까? 어둠이 깔려있던 화장실이 환해진다.
드디어 아이는 엄마처럼 공을 던져서 화장실 불 켜기에 성공하였다. 불을 켰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일이고 재미있어 보여서 해보고 싶어서 시도한 아이의 모습 그리곤 그 결과가 성공일지, 아닐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 과정 자체를 온전히 즐거워했다는 것은 아이를 보며 배워야 하는 점이 아닐까 싶었다. 개개인 또는 어른의 잣대로 아이의 도전을 막고 있지는 않는지, 나의 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에겐 무한하게 자라고 도전할 에너지가 있다. 그걸 얼마나 잘 지켜봐 주는지, 응원해 주는지는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