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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Jun 25. 2024

엄마의 적응기 예고편

캐나다 Education Assistant (EA)

이 글을 마지막으로 애매한 아이의 캐나다 적응기는 마무리된다. 

이후 다시 두 번째 시리즈가 시작될 텐데, 이번에는 애매한 아이의 엄마의 캐나다 적응기 정도가 되려나.




캐나다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매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야 하고, 

렉센터나 친구네도 모두 라이드해 줘야 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정신없이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근처에 산다면 아이들은 3,4 학년부터 걸어 다녀도 되고,

아니면 보통 똑 부러진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혼자서도 잘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애매한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라면 당연히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하고 

모든 감각이 아이에게 몰두되어 있어 더욱더 여유가 없다.

내가 일이나 공부를 한답시고 바쁘게 되면 혼자서도 잘하지 못하는 이 아이는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려고 여기까지 건너온 것을 아닐 테니...


나는 아이의 적응 중에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인 제한으로 인해 일이나 공부가 불가능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고 캐나다에 적응이 되어간다 생각할 무렵부터,

(이제 좀 살만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나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내가 아이로 인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Education Assistant라는 직업으로 결정하였으며,

아이도 이를 학교에서 많이 접해봤으므로 엄마의 공부와 취업을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나도 많이 늙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몸만 움직일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어떤 것에도 도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믿고 시작했다.


오랜 경력단절로 인해 취업이 힘든 사람에게 정부가 교육비도 지원해주고 있어서 

그 어렵고 까다로운 정부 지원금도 깨알같이 받아 Education Assistant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1년 동안 헐떡대며 숙제하고 시험 보고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실제 학교에서 실습도 거치며 이제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간다.

여기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스무 살도 안된 친구들부터 자폐 아이를 둔 60대 중년 여성까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부터 이민자들까지 정말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캐나다의 공교육 체계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발을 내디뎌야 하니 여간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이지... 하면 다 된다. 이건 진리다.


졸업 후 인터뷰를 하고 취업에 성공하게 하면 oncall이라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여기는 선생님이나 EA나 누구나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아파서 쉬어야 하거나 가족 여행을 가거나 그 어떤 이유로든 학교를 출근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그날그날 Oncall로 대체된다.

그래서 학교는 Oncall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내가 그 Oncall list에 올라가 있으면 미리 그 전날이나 아님 그날 새벽에 전화로 요청을 받는다.

나는 그 전화 요청에 대한 승낙이나 거절이 가능하다.

이렇게 얼마 간의 경력을 쌓고 나면 학교에 정직원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이것은 교육청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보통 90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차순 (Seniority)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나다는 특수학교라는 개념이 없다. 

캐나다 공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inclusion이라는 개념인데 대충 통합교육이라고 표현하겠다.

캐나다는 워낙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이룬 나라이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함께 

기본적인 사회규범만 지키며 개인적인 다양성을 갖고 살아가는 곳이다. 

이런 diversity가 학교에서도 적용되고 그에 따라 inclusion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개인들이 학교에 모여 모두 함께 배우고 익히고 어울린다.

멀쩡한 아이들 중에도 여러 다른 특징들이 존재하며 경증의 장애든 중증의 장애든 간에 함께 생활한다. 

세컨더리에 진학하면 중증의 아이들은 따로 반이 있어 

아카데믹한 공부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긴 하지만 

그중 어느 정도 가능한 아이는 보통 수업에 참여하러 가기도 한다. 

학교의 모든 것은 Diversity & Inclusion이라는 개념 아래 이루어진다. 

그러려면 반드시 EA가 필요하다. 

각각의 개인들을 모두 일대일로 도와주어야 통합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TEAM을 이루는데 EA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캐나다 공교육에 작게나마 일조한다는 느낌이 뭔가 뿌듯하기도 하다. 

 

이런 공교육에 매번 감탄하며 학교 실습을 마치고 이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된다.

이제 아이의 적응기가 아닌 엄마의 적응기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니 사실 아이의 적응기도 끝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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