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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May 21. 2024

캐나다 추천 이유 2

불안, 강박, 산만, 학습 부진 등등

캐나다 이주와 학교 생활에 대한 추천을 이어서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시 말하지만 어디서든 적응 잘하고 뭐든지 잘하는 아이에게는 필요 없는 말이다.

그런 아이는 한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상관없이 잘할 것이므로...




한국에서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진단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예전에 들락거리던 네이버 카페에서 

의료 보험에 찍힐 장애 코드를 피하려고 애쓰는 내용의 글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단지 병명을 알아내고 약이나 여러 치료 센터를 다니면서 어떻게든 치료하여

학교 생활 잘하고 아무도 모를 정도로 평범하게 커가길 바라는 것일까?

사실 나도 그랬던 듯싶고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되는지 기대하지도 않았고 자세히 알아본 적도 없다. 

한국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센터들이 즐비하고 진단을 받든 안 받든 

거기서 고액의 언어 치료, 놀이 치료, 사회성 치료 등등에 돈만 내면 참여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어차피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부족한 우리 아이를 위해 이 정도는 학원처럼 많이들 다니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 진단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정부지원금...

진단명에 따른 그 많은 지원금의 대부분은 바로 학교로 들어간다.

그 지원금으로 Education Assistant가 고용되는 것이고 아이의 편안한 학교 생활을 위해 힘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진단을 받는 것이 많이 힘들다.

오랜 대기 끝에 검사받고 진단받고 교육청에서 다시 심사받고 코드 받고 1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고...

하지만 이렇게 힘든 과정 끝에 장애 진단을 받지 못했더라도 

캐나다에서는 한국에 비해 기본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는 mild to moderate, moderate to severe로 증상을 나누는데

경증의 경우는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학교 생활 중에는 잘 몰랐던 내용들도 있지만, 

현재 Educatuon Assistant를 공부하고 공립학교로 실습도 나가며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이다. 


우선 여기서는 수업시간에 아무한테나 막 발표를 시키지 않는다.

물론 반드시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 자기소개나 숙제, 프로젝트 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손을 들고 의사를 표시하는 아이에게만 발표하게 한다.  

내성적인 아이에게 심한 anxiety가 발현되지 않게 조심해서이다.

shy 한 아이의 발표력을 키워주려고 억지로 하게 한다든지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랜덤으로 막 지적해서 물어본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수업 참여를 활발히 안 해도 학교에서 편안하게 있다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는 아이들이 토론도 활발하게 하고 스몰톡 잘하는 외향적인 아이들이 많을 것 같지만

public speaking에 있어서는 상상 이상으로 떨고 발표도 잘 못하고 

평상시에도 말 한마디 안 하는 selective mutism도 많다. 

이 모든 걸 anxiety라 말하면 다 이해받고 배려받는다. 


수업시간에 anxiety level이 높은 아이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adaptation을 제공하는데,

이것은 학교 수업 커리큘럼 안에서 아이들 개개인에게 맞춰 다른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public speaking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발표보다는 글로 써서 숙제를 제출할 수 있게 한다든지,

시험에 anxiety가 있는 아이는 최대한 자기가 원하는 편안한 환경에서 시험 시간도 길게 연장해 준다든지, 

소음에 예민한 아이에게는 헤드폰을 쓰고 있을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여러 adaptation들이 있다.

이것은 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1. 각색, 2. 적응 이런 뜻이 아니다. 

굳이 따져 말한다면 맞춤? 조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학교 교실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의자가 있다. 

어떤 아이는 흔들의자에서 계속 흔들거리고 있어도 되고, 어떤 아이는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해도 되고, 

어떤 아이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앉고 어떤 아이는 편안한 소파에 앉는다. 

(이것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고 하나의 직접적인 실례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전 글에서 얘기한 적이 있듯이, 

캐나다 교육이란 것이 어차피 선생님이 lecture형식으로 수업을 하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생님이 설명하는 instruction 시간은 매우 적고 

대부분 아이들이 그것을 혼자 하거나 그룹으로 하는 시간이 많다. 

아이들마다 집중 시간도 다르고 일방적으로 설명해도 이해하는 능력도 다 다르니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돌아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모르는 것을 다시 설명해 주고 도와준다.


Adaptation은 강박 증상을 갖고 있는 아이,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아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

여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한다. 

캐나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Self regulation인데,

이것은 자기가 자기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이 지금 이 수업이 overwhelming 하여 너무 어렵고 힘든 상태라 하면 

선생님한테 설명하고 나갈 수도 있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학교 건물을 한 바퀴 돈다거나 하여 

스스로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안정되게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꼼지락거려야만 집중이 잘 되는 아이라 하면 fidgeting도 허용된다.

어떤 말랑말랑한 공을 계속 만지고 있어야 안정된다고 하면 하도록 권장하고,

지금 당장 너무 집중이 안되고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body break를 요청할 수도 있다.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자기 조절의 일부라면 기꺼이 허락한다. 

심지어 그냥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해력이 부족하고 집중이 힘들다면 learning disability가 있다고 하여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고 풀어야 할 문제를 줄여주거나 쉬운 것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Education assistant가 존재해서 가능한 것일 수 있다.

당연히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EA라 불리는 이 사람과 이 모든 것을 안전하게 같이 해야 한다.

내가 공부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해가 있을까 봐 강조해 본다.)

EA는 캐나다 교육이 한국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Adaptation이라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존재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캐나다 추천 이유로 돌아와서...

당연히 캐나다는 많은 사람들이 조기 유학이든 이민이든 여러 이유들로 찾는 곳이지만

애매한 우리 아이에게는 익숙한 한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한가득일 것이다.

하지만 애매한 아이들에게도 여느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이곳이다.

특히, 아이의 아카데믹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신 분들, 

아이의 의도치 않은 민폐 행동에 선생님이나 다른 엄마들에게 항상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분들,

아이가 유독 어떠한 면에서 눈에 띄는 성향 때문에 힘들게 학교를 다녀 마음이 아픈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아무래도 캐나다 교육은 아이의 weakness를 어떻게든 고쳐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심하게 드러나기 전에 미리 차단하고 스스로를 조절하게 도와주어 

점차적으로 나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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