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학습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 경험의 멸종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몸으로 직접 경험했던 것들이 온라인, 기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으로 전환되는 현상과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한 책입니다. 아이들이 몸을 사용한 직접적인 교육이 아닌 간접적 교육에 익숙해지고 선호하는 현상이 만드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적었기에 관련 내용을 발췌해 봤습니다. 교육자라면,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발췌>
지난 10여 년간 교육 이론가, 교사 기술 전문가들은 온라인 도구가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쟁을 이어왔다. 가상 학습의 지지자들은 가상 학습이 경험을 간소화하고 개인화함으로써 교육을 변화시키고 지식에 접근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행동심리학자 스키너는 1968년 그의 저서 <교육의 기술>에서 "교육 기계"의 도입으로 교실의 비효율성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회의론자들은 학생이 교사보다 화면과의 상호작용에 많은 시간을 보낼 경우 장단점이 무엇일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이런 교육 기기를 내놓는 곳이 대부분 교육기관이 아닌 영리 기업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비디오게임 디자이너이자 학자인 이언 보고스트는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실리콘밸리의 영리 기업이 목표로 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 성장하고 투자금을 회수해서 투자자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목표가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한다.
교사냐 기술이냐의 논쟁은 인간 대 로봇 논쟁의 확장이다. 온라인 교육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인적 접촉이 교육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하지만 온라인 교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부분을 우려한다. 관리 이론가들의 말처럼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인간 상호작용의 가치는 쉽게 측정할 수 없다. UCLA 철학 교수인 패멀라 히에로니미는 온라인 학습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교육에는 사람 간의 실시간 교류가 필요하다. 생각과 표현에 대한 경청, 이해, 교장, 흉내 내기, 제안, 부추김, 부정, 근정, 비판이 있어야 한다.
2020~2021년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실제로 교사와 기술 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 전역의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약 5000만 명의 초중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원격 학습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요약했듯이 이 실험의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학생, 교사, 학부모, 관리자의 평가는 이미 나왔다. 실패였다."... 2021년 가을 미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보다 읽기는 약 70퍼센트, 수학은 50퍼센트 미만일 것으로 보인다.
원격 교육은 많은 사람이 가정하던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능숙하게 둘러보고 포트나이트 같은 비디오게임을 마스터하면서 익힌 기량은 온라인 학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학생들이 뒤처진다고 해도 기술에 책임을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금 부족이나 부모의 투자 부족을 탓할 뿐이다. 기술적 해법을 팔아넘기는 사람은 진보적 사고로 칭찬받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그 해법으로 도움을 받았어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결과는 교육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가상 교육의 열성지지자들은 전체론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어설라 프랭클린이 상기시키듯이 "기존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마주한 지역사회는 그 기술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만 확인하지 말고 그 기술이 무엇을 차단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현명하다."... 체화된 학습에서 화면 기반 학습으로의 전환은 교육적, 심리적으로 유익한(특히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비구조화된 신체 놀이를 차단했다. 템플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아인슈타인 육아법>의 저자인 캐시 허쉬-파섹은 놀이의 부족을 지구온난화에 못지않은 위기라고 말한다. 그녀는 "과학적 증거는 명확합니다"라고 말했다..."아이들이 충분히 놀고 있는지의 여부는 발달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불명료한 논쟁거리가 아니다. 놀이 시간이 너무 적은 아이들은 집행 기능이 약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제력이 부족하고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기억력이 좋지 못한 세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가정과 학교에서 하는 놀이는 체화된 인지 능력의 초기 시험장이다. 손 글씨와 마찬가지로 놀이가 서서히 쇠퇴하고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이 스크린에 몰입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체화된 학습이 아닌 가상 학습의 신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어린아이들의 놀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세상을 이해할 권리를 허락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정확히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학적 증거가 명백한 사실과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최신교육은 최고라는 허황된 명분 아래 모든 교육적 도구를 디지털화 하려는 모습입니다. 일전에 '최신 교육이라는 달콤한 환상'이라는 글에서 제가 썼듯이 이익만 챙기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선 안된다고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려는 자들은 결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 책임은 부모와 자녀에게 돌아가죠. 전통적인 옛 교육방식은 폐기되어야 할 낡은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소중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아이들의 신체활동과 놀이도 그중 하나인 것이죠. 최신 것들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꼭 한 번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