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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뚝거리는 개

by 삽질

예전에 장인어른의 거래처에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 개는 다리를 절뚝거렸습니다. 그런 개가 안쓰러운지 주변 사람들은 그 개를 볼 때마다 간식을 주고 살갑게 대해줬습니다. 주인은 개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줬고 의사는 개의 다리가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는 계속 다리를 절뚝거렸습니다. 그렇게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간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에게 다시 가봐도 의사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개의 다리는 완전히 나았다고 했습니다. 개는 여전히 다리를 절뚝거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없을 때 개는 멀쩡히 걸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면 다시 절뚝거렸습니다.


저희 집에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개가 한 마리 삽니다. 바로 제 아들 녀석입니다. 아이가 진짜 아팠을 때 저희 부부는 눈꼬리를 최대한 불쌍하게 늘어뜨리고 입을 쭉 내밀며 "괜찮아?"라고 말하며 정성껏 보살펴줬습니다. 그런 저희의 관심과 과한 친절이 무척 좋았는지, 요즘은 아프지도 않는데 아프다는 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귀여운 모습에 저희는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면서 아이에게 관심을 줍니다. 그러다가도 너무 과하다 싶으면 냉정하게 징징대지 말라고 혼쭐을 내주기도 합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하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자기는 아니라고 딱 잡아뗍니다. 자기도 살아남기 위한 스킬을 본능적으로 배워나가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아이가 남의 호의를 이용하면서 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을 받으려는 시도는 나쁘진 않지만 그게 습관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네요. 가르쳐야 하는 것도 똑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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