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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태도가 되질 않길

by 삽질


아이가 유독 짜증을 많이 내는 날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인상을 쓰고 밥을 먹는다던가, 뭐든지 싫다는 말만 합니다. 지난 주말 제가 제주도에 간 동안에 아이가 엄마 품에서 하루 종이 투덜대고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가자고 하다가도 안 나간다고 하고, 밖에서 놀다가도 금세 의욕을 잃었다더군요. 아내는 우여곡절 끝에 아이 낮잠을 재웠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자고 일어난 아이가 한 말이 가관이더랍니다.


아들 : "아~ 잘 잤다. 이제 기분이 좋아!"

엄마 : "아까는 왜 기분이 나빴어?"

아들: "놀고 싶은데, 자고 싶고, 자고 싶은데 놀고 싶었어."


우리가 한 번쯤은 느껴봤던, 조금은 설명하기 힘들었던 감정을 참 명확하게도 풀어낸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고 표현 방법도 다양합니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감정도 속을 천천히 풀다 보면 그 이유를 찾거나 적어도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맑은 정신에 자신의 감정을 다시 정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아도 감정은 더 큰 힘으로 우리를 제압한다는 것이지요.


오늘도 아이는 어린이집을 마치고 한참을 친구들과 놀고 들어와 시종일관 짜증입니다. 밥을 먹는 중 마는 둥 장난을 치며 인상쓰기를 반복합니다. 피곤하다는 말도 계속합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면서도 조금 무섭게 아이를 훈육했습니다. 뭔가 선을 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무섭다고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저는 쉽게 포기하진 않습니다. 기싸움을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감정이 태도가 되는 습관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와도 조금 더 현명하게 풀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감정에 끌려다니면 아이는 영리하게 자신의 감정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아직 어려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돼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아빠가 너를 혼내고 무섭게 해도, 널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네가 꼭 배워야 할 땐 앞으로도 아빠는 무섭게도 하고 혼을 낼 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앙앙~ 아~~빠~~~~"


아이가 조금 더 건강하고 바른 감정을 느끼며 컸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감정에 휘둘리고 감정을 이용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진 않은 여정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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