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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an 26. 2023

60. ‘죽음(死)’의 의미(4. 자살과 죽음)

삶은 의미다 - 60

자살(自殺)’은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스로 품은 의지를 통해 자기 생명을 해쳐서 죽음이라는 결과에 이르는 자멸 행위로 정의했다. 자기 죽음을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가 바로 자살이다. 요즘은 미디어에서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로 돌려서 말하기도 한다. 

연예인 등과 같은 유명인이 자살로 목숨을 끊으면 연쇄적으로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른다.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자살하자, 그 당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처럼 권총 자살을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자살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사람을 죽이는 살인 행위와 똑같다는 말이다차이는 살인의 대상이 자신이면 자살타인이면 살인이다. 모든 죽음이 슬프고 허망하지만, 자살만큼 안타까운 죽음도 없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오랜 기간 지키고 있고, 매일 25~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이다. 자살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연령대별로 겪는 주된 고민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주요 자살 이유이다. 특히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정말 슬픈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살이 청소년, 중장년, 노년층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청소년의 자살 충동은 대부분 성적과 진학관계 문제로 인한 열등감과 번민에서 비롯된다. 인생을 잘 살려면 평생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사람에 따라서 즐거운 놀이가 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직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아이가 공부 때문에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 아파트 창을 열고 뛰어내린다. 부모의 하나나 둘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욕망은 커지고, 욕망이 클수록 집착하게 되며, 집착이 클수록 포기를 모르는 무거운 짐이 자식에게 지워진다.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내가 없어지는 것이 부모를, 세상을 평안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고 끊임없는 자살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성적이든, 진학이든, 친구 관계든 극복할 수 있는 시련과 고통, 스트레스는 적당한 긴장감으로 삶을 활력 있게 만들어주고, 멘탈을 단련하여 해롭지 않다. 문제는 이해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시련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공부와 진학에 대한 강박, 친구로부터의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등이 죽음이라는 벼랑으로 떠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이, 학교가, 친구가, 부모가, 국가가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년의 자살 원인은 사회경제적 문제정신질환직장 내 스트레스가족관계감당할 수 없는 범법행위 등이 주요인이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외환위기 이후로 급격하게 올랐다. 대부분 가장에게 주어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으로 자살 대열에 동참하는데, 더 큰 문제는 아무런 죄가 없는 가족(어린이 포함)까지 함께하는 동반자살도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가족의 자살 과정을 들여다보면 가족 전체의 동의를 얻은 동반자살이라기보다 다른 가족을 먼저 살해하고 본인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률이 40~50대 남성에게 특히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가장이라는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짐작이 간다.

또 다른 심각한 자살이 노인 자살이다. 고령에 접어들면 질병과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혹독한 질병에 걸리면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 환희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전쟁이라면 어떤 고통도 감내하면서 싸울 수 있지만, 질병과 싸워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전쟁이 되고, 더욱이 그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이겨도 단지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의미가 없고 이길 수도 없는 싸움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조용하게 물러서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은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까지 겹쳐서 노인 자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사회 복지 차원에서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렇게 전 계층에서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큰 사회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극심한 경쟁사회, 그리고 정신과에 대해 잘못된 편견으로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마음과 정신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이 아직도 우울증 천국인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죽음은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믿음죽음은 삶의 올무로부터 해방된다는 믿음이 강해지면 자살로 이어진다. 삶이 조금만 괴롭고 문제가 생기면 극복할 생각보다 자살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살하는 사람은 죽음보다 무서운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바로 고통이다. 슈바이처 박사는 고통은 죽음보다 무서운 인류의 원수다.’라고 했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죽음보다 무서운 고통을 멈출 수 없어서 스스로 죽는 것이다. 노화나 병으로 인한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도 있다. 안락사는 극히 일부의 국가에서만 합법화되어 안락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합법화된 나라로 죽음의 여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이 견디고 극복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이 대부분 자살의 이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이전 세상의 사람들보다 잘 먹고, 잘 놀고, 더 오래 산다. 또한, 물질적으로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무엇이 부족해서 스스로 목숨을~? 자살을 살인의 범주에 포함한다면, 자살이 여타 여러 살인즉 전쟁테러범죄에 의해 죽는 사람보다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살아 있는 나는 천운이란 이야기인가.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하나의 미래는 확실하다. 그것은 죽음이다. 하긴,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삶에 지쳐 잠시 딴생각하는 영혼들이여~! 그래도 스스로 죽긴 왜 죽어죽을힘을 다해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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