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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

[하루 한 詩 - 213]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재첩국 사려~~~!'

'찹쌀떡 사려~~~!'

옛날 새벽잠을 깨우던

눈 쌓인 골목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詩 한 편이다.


가난이 죄인가?

이 질문은 우문이다.

가난이 죄는 될 수 없지만

불편한 것만은 사실이다.


불편하다고 사랑의

그리움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없진 않을 터

극복하는 게 찐 사랑이다.


요즘 가난한 청춘들의

실생활을 보노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이 안타깝다.


불편하다고

사랑이 죽기야 하겠는가

피 끓는 청춘의 열정으로

사랑만은 포기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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