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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첫눈(문병란)

[하루 한 詩 - 216]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사내들은 모두 예수가 되고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여자들은 모두 천사가 된다

여보게 우리도 이런 밤

소주 몇 잔 비우고 조금 취해

모닥불 가에 언 손 부비며

쓸쓸한 추억하나 만들어볼까

만원짜리 한 장에 꿈을 달래고

포실거리는 눈발에 맞춰

여보게 우리도 첫눈 밤 같은

사랑 하나 만들까

그립다

첫눈이 내리면 먼데 마을 하나 둘 등불 꺼지고

지금쯤 그리운 사람은

혼자서 외로이 잠이 드는데

창가에 기대어 먼데

여인의 발자국 소리 엿들어 볼까

이런 밤 우리도 고요히

손 모아 촛불 하나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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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사내들에게나 여자들에게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그게 사랑의 추억이라면 최고다.


뭇 술집들은 붐비고

뭇 술잔들은 비워지고

뭇 청춘남녀는 흔들거린다.


이게 첫눈 내리는 밤

만든 사랑의 모습이고

청춘남녀의 특권이다.


그 시절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한 번쯤

흔들리며 살아 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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