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꽃 피는 시절(이성복)
[하루 한 詩 - 336] 사랑~♡ 그게 뭔데~?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갈이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키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내는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 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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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나 삶이나
꽆 피는 시절이 있으면
꽃 지는 시절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지만
아무리 긴 세월 살아도
이별에 대한 적응력은
길러지지 않는다.
사랑이 올 때는
나도 모르게 말없이 오지만
사랑이 갈 때는
몸과 마음 갈갈이 찢어놓고 간다.
가는 사람이야
가면 그만이지만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별에 대한
피눈물 나는 마음을 표현해놓고
제목을 ‘꽃 피는 시절’이라
붙여놓은 연유를 가늠하기 어렵다.
보내는 마음을
‘꽃 피었던 시절’의 마음으로
하라는 깊은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