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너는 아니? 문을 닫는 법
비디오테이프를 넣는다.
황비홍이 나온다.
홍콩, 중국영화를 좋아한다.
소리는 마침표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급소를 찌르면 사람은 멈추거나 기절한다. 그 기절의 시간만큼 생각한다.
배우고 싶다. 비법을.
태권도는 파란 띠. 방어와 발차기. 그게 전부다.
기절을 시켜야 한다. 죽일 수는 없으니...
상상 속에서는 내가 이긴다.
현실에서는 늘 무기력하고 힘이 없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구와 맞서지 않는다.
침묵하고 행동을 조심한다. 큰 소리를 내어서도, 눈에 띄어서도 안된다.
그는 나의 잘못 하나에도 그녀에게 욕하고 때린다.
내가 그녀를 지키는 일은 그저 입 닥치고 투명인간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다.
문을 닫을 때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린다.
대문도, 현관도, 방문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그녀의 이름은 덕순이다.
전생에 덕을 많이 못 쌓았을까. 그를 만났다.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을까. 나를 낳았다.
덕순, 나의 엄마.
뱃속에서 나를 지우려 했던 여자.
나는 지워지지 않았다.
나의 이름은 박지혜.
바닥엔 인형이 고개를 돌리고 누워 있었다.
학용품들 사이 곳곳에 '박은혜'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지금은 그 이름만 남아 있다.
나는 그 이름을 지우지 않는다.
그리고 문을 닫는다. 소리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