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는

방관자

by 박나킨

그녀는 갸름한 얼굴선에 송아지의 눈망울을 가졌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치료받지 못한 왼쪽 다리는 송아지 다리 같이 굽어있다.

소아마비였다.

걸을 때면 어깨춤을 추는 듯, 덩실덩실 거린다.

기분 좋은 춤이면 좋으련만.


그렇게 아픈 다리 덕에,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던 여인은 지금의 남자를 만나 많은 구박을 받고 있다.


며칠 전, 도망을 갔던 엄마는 며칠 지나 다시 돌아왔다.

오래 떠나 있진 못한다.

나도, 짐도 아직 이 집에 있으니까.


그땐 얼마나 예뻤었을까,

붉은스름한 복숭아 같았겠지?

지금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엄마의 목소리도 빨간 듯하다.

한동안 가만히 듣고만 있더니, 전화기를 툭 내려놓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지혜야, 옷 입어."

어디를 가는 걸까.

눈치가 빠른 나는 엄마의 알 수 없는 표정을 읽고 군말 없이 따른다.


엄마의 축축한 손을 꼭 붙잡고 문 밖을 나선다.

옆집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안녕 하... 세... 요."

할아버지의 인사를 받을 틈도 없이, 엄마는 살짝 고갯짓을 하고 나를 잡아 끌어당긴다.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할아버지의 회색 눈동자. 햇빛에 오래도록 그을린 종이 색깔 같다.


하얀 벽에 소독약 냄새와 락스 냄새가 진동한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다. 아니, 무서워하는 냄새다.

형광등도 유난히 흰색으로 밝게 비춘다. 일정한 간격으로.

간격은 규칙적이지만, 소리는 불규칙하다.

기계음, 안내방송, 휠체어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


엄마는 접수창구에서 이름을 말한다.

목소리가 갈라진다.

직원은 고개만 끄덕이고, 서류를 내민다.

사망자, 사망 시각, 보호자 서명, 단어들은 칸에 맞춰 배치되어 있다.


하얀 문 앞에 간판이 하나 보인다.

[영안실]

무슨 뜻이지? 왠지 기분 나쁜 단어였다. 차가운 말 같다.


"안녕하세요, 박준모 씨 보호자 분 되시나요?"

경찰복을 입은 아저씨가 엄마에게 말을 건다.


"네, 이게... 대체 무슨..."

엄마는 대답과 동시에 나를 보호하듯 등 뒤로 숨긴다.

난 차가운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다. 그녀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뺑소니 사건이고요, 옮기는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새, 엄마의 손이 더 축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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