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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Nov 18. 2024

토보가 폭포에서는 엉덩방아를 주의!

브라질- 파라치

 상파울루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로 가는 길에 '파라치'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 있다. 크고 작은 돌로 포장된 길과 화사한 백색의 집들이 름다운 곳이다.


 저녁이 되면 집집마다 처마 밑의 등불을 밝혀 온 동네가 은은한 주황빛으로 물든다. 길거리의 상인들은 형형색색의 수공예품들을 돗자리 위에 펼쳐두고 행인들의 시선을 끈다.   




 이른 저녁을 먹었더니 밤산책을 하는 동안 살짝 출출하다. 그 때 마침 디저트를 실은 수레를 끌고 나오신 아저씨와 딱 마주쳤다.

"우와 맛있겠다!"

 평소 단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군것질도 안하는 편인데, 입이 심심해서인지 저 디저트들 가운데 샛노랗고 부드러워 보이는 크림이 가득 올라간 케이크가 눈에 쏙 들어왔다.

"우와 이건 뭐예요?"

"패션푸르츠 케이크예요. 맛있어요. 하나 드릴까요?"

"네!"

 크림을 한 숟 가득 떠서 입에 넣었다. 패션푸르츠 가 바스락 씹히면서 달콤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수일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나는 패션푸르츠라고 하면 파라치의 그 길거리 케이크를 떠올리곤 한다.

패션푸르츠 케이크 강력 추천!


아담한 파라치 항구의 밤풍경


 대충 다 둘러보았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갈까 하고 있는데 저만치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보인다.

"저게 뭐지? 한번 가볼까?"

가까이 가서 보니 웬 건물 안에 백명은 족히 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으로 보이는 분이 방문객들을 안내해주고 계셨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인물 사진, 풍경 사진 등 강렬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오오.. 멋진데? 사진전인가봐." 

 사진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는데 저 안쪽에서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쟁반에 먹을 걸 가득히 내어와 관람객들에게 나눠주시는 게 아닌가.

"오 뭐야. 간식도 주는데?"

"맛있겠다 헤헤."

 우연히 들어왔는데 공짜 음식이라니. 들어오길 잘했다 하면서 우린 양손에 꼬치를 들고 맛나게 먹었다. 더 안쪽에서는 모히또 같은 음료도 나눠주길래 한잔씩 마시기도 했다. 작품도 보고 배도 부르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잘 먹고, 아니 감상하고서 나가는 길에 또 다른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방명록을 작성해달라고 하셨다. 잘 먹게 해주셔서, 아니아니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이름 석자를 쓰는데 퍼뜩 드는 생각. 명록까지 쓰는 걸 보면 이거 왠지 초청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 모임 느낌인데..?

 헉.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갑자기 느낌이 쎄했다. 먹은 걸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둘러 나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고 웃겨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만약 무단취식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다음날 Cachoeira do Tobogã (토보가 폭포)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갔다. 버스는 1~2시간 간격으로 있었는데 시간이 떠서 파라치의 한 성당인 Capela Santa Rita de Cássia 에 갔다. 곳이 포토존이 된 이유는 당 앞의 골목길이 물로 가득 차 이색적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신기했던 건 그 물이 비온 후에 넘쳐서 차오른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밀려온 바닷물이었다는 것이다.

"와, 너무 예쁘다. 이런 덴 어디서 보고 찾은거야?"

"인스타그램에서 봤어."

 SNS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리 부부이지만 이럴 땐 인스타그램이 고맙기도 하다.

 

Capela Santa Rita de Cássia


 파라치에서 토보가 폭포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가의 작은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면 폭포까지 10분 정도 숲길을 걸어가면 된다. 름은 폭포이지만 낙차가 크지 않고 수량이 많지 않아 폭포라기 보단 그냥 큰 바위 위를 흐르는 물에 가깝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놀이터가 되었다. 포를 타고 바위를 미끄러저 내려가는 천연 트랙션이었다.


 물은 적당히 차가워 더위를 날리기 제격이었다. 물에서 조금 놀다가 우리도 폭포 미끄럼틀을 러 가보았다. 바위 위에 올라가서 미끄럼틀 대기 줄을 섰다. 내 차례가 오면 두 안전요원 아저씨들 사이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기만 하면 된다. 그럼 두 분이 양쪽에서 팔을 잡고 쭈욱 당겨 폭포로 밀어주신다. 아무 장비 없이 엉덩이로만 타는 물미끄럼틀이다. 경사가 가파르진 않은데 속도가 꽤 빨라 '꺄악' 소리가 나온다.  


"아 재밌다. 근데 나 떨어지면서 바위에 엉덩이뼈 부딪혔어. 아고고 내 궁둥이야."

초보자는 엉덩뼈를 조심하자.

현지 분들은 이미 이 미끄럼틀에 있어 달인이 다 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혼자서도 겁없이 막 미끄러지는데 감탄이 나왔다. 특히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 청년은 거의 묘기 수준으로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졌다. 그 신묘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해본다.

**안전을 위해 관광객은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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