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이발소에 가면 생기는 일

신혼여행기 #2

by 소울메이트

오늘 우리가 갈 곳은 '매끌렁 기찻길 시장'이다.

기차가 레일을 지나갈 때면 상인들이 분주히 레일 위에 있던 좌판을 치우고 모든 사람들은 기찻길 옆으로 비켜서는데 그 독특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시장은 방콕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버스나 벤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예쁜 풍경을 보기 위해 조금 느리더라도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차는 무궁화호보다도 훨씬 느린 속도로 시골마을 논밭을 지나고 강가를 지나 마하차이역에 도착했다.


느림을 즐기는 시간


열심히 일한 후 이제는 덩굴 사이에서 쉬고 있는 기차. 낡은 기차에서 느껴지는 세월이 멋스럽다.





마하차이역에 내려 큰 수산물 시장을 통과해 강가의 선착장으로 간다. 곳곳에 오징어와 생선 등이 그려진 간판들이 보여 딱 봐도 해산물이 풍부한 지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정도 강을 건너 타찰롬에 도착했다. 타찰롬은 강으로 둘러싸인 물방울 모양의 작은 마을이다. 여기 있는 반램 기차역에서 매끌렁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기찻길 시장으로 갈 수 있다. 기차는 하루에 네번 밖에 운행을 하지 않는다. 10시 10분 기차는 이미 떠난 뒤였고 우리는 다음 기차시간인 오후 1시 반까지 기다려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한 시간이 남았다. 마을을 구경하면 좋겠지만 해가 너무 뜨겁고 카페에 들어가 앉아있자니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 우리 머리 자르러 갈까?

붑커>> 좋아! 마침 저기 보이네.

남편은 나의 긴 머리를 좋아했지만 여행하면서 불편하고 또 샴푸와 물 소비를 줄여 지구 수호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근처의 미용실에 들어가자 금발로 염색한 젊은 미용사 원장님이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신다. 오..여기 동네에서 인기 많은 미용실인가봐. 손님도 많고. 들어오길 잘했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붑커>> 근데 여기 이발소네.

아.. 어쩐지 손님이 많긴 한데 다 남자였던 이유가 있었구나. 나는 이발소와 무슨 인연이 있는 건가. 셰프샤우엔에서도 그러더니 태국에 와서 또! 이참에 그냥 다니는 곳마다 이발소에서 머리 자르고 '각국의 이발소를 소개합니다' 같은 글을 써야하나.

상냥한 원장님은 여자머리도 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며 앉아있으라고 하신다. 그러곤 우리 차례가 될 때까지 어떻게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셨다. 원장님의 남편분도 옆에 계셨는데 예전에 한국에서 5년 정도 산 적이 있다며 반가워 하셨다.

원장님>> 어디까지 자르고 싶어요~?

나>> 여기까지 오는 단발이요!

나는 턱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내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잘려나가 발 아래에 떨어진다. 이렇게 개운할 수가! 게다가 미용실에서 잘랐다 해도 손색 없을만큼 완성된 머리는 내 맘에 쏙 들었다.


이제 서둘러서 기차를 타러 가야한다. 원장님이 너무 정성스레 공을 들여 잘라주시다가 기차역까지 갈 시간이 부족해져버렸다. 그러나 원장님에겐 큰그림이 있다.

원장님>> 우리 남편이 오토바이 태워줄거니까 타고 가요!

이렇게 계획에 없던 이번 여행 첫 바이크 라이딩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기차역까지 늦지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얼마간 달렸을까. 저만치 메끌렁 기찻길 시장이 보인다.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는 기차를 손흔들어 반겨주는 사람들


기차에서 내려 잠시 시장을 구경해본다.


목이 탈 때는 시원한 레몬티 한잔




기차는 시장에서 30분 밖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타찰롬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직도 해가 지기 전이었다. 우리는 방콕 시내로 가기 전 아까 그 이발소에서 붑커의 머리도 자르기로 했다.

이발소 원장님은 돌아온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발이 끝나고도 방콕으로 돌아가는 막차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가기 전에 동네 한바퀴 둘러보고 가지 않겠냐고 원장님이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드라이브


타찰롬은 해질녘에 더 아름답다.


너무나 친절하셨던 이발소 원장님의 남편분.

낮에 기차역에 태워다 주신 것부터 저녁 드라이브까지 넘치는 호의를 받아버렸다. 감사한 마음에 커피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친구가 하는 커피숍이 있다며 우리를 그리로 데려가시는 바람에 커피까지 얻어마셔 버렸다..

막차를 타고 방콕으로 돌아가는길. 우리는 한국에 돌아가면 이발소로 꼭 선물을 부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혹시라도 매끌렁 기찻길 시장에 가는 길, 무더운 날씨에 이발 한번 시원하게 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https://goo.gl/maps/JzqUY8tAirKehfo46


일상이 삭막하게 느껴질 때 우리가 여행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오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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