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불안 사이, 폭주의 시작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정체불명의 고난도 아사나(asana: 동작, 자세)를 시범으로 보여주시는 선생님을 보던 중이었어요.
선생님의 등뼈가 폴더처럼 반쯤 접힌 채 멈춰 있었어요.
몸이 아니라, 구조물처럼 느껴지는 그 자세를 보며—
요가 TTC를 함께 듣던 헬스 트레이너 출신 동료 선생님이 옆에서 속삭이듯 말을 걸어왔어요.
“이거 과신전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해부학적으로 보면, 저렇게까지 하면 안 되는 건데…”
저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도 가끔, 정말 가끔씩은 그런 생각을 해요.
‘이걸… 이렇게까지 애써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실제 수업에서 만나는 회원분 대부분은 그런 고난도 아사나를 해낼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에요.
근력보다 관절이 먼저 비명을 지르고,
정렬보다 숨이 먼저 가빠오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래서 강사인 저조차도,
실제 수업에선 마치 서커스처럼 보이는 고난도 아사나가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동작들로 안내해요.
어차피 실생활에선 그렇게까지 어려운 동작을 쓸 일도 없거든요.
그렇다면 왜 굳이 그런 동작을 해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걸까요?
그걸 해내라고 제게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걸 못 한다고, 혼내는 사람 또한 없었고요.
요가 경찰이 어딘가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레드카드를 내밀며,
“정렬 안 맞았어요. 마이너스 10점!”
하고 벌점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멈추지 못해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해요.
반드시 해내야만 할 것처럼,
거기에 무언가가 걸려 있는 것처럼.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걸까>
이건 요가 동작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시험공부를 하다 말고,
필기 노트에 형형색색의 형광펜을 들이대고.
파워 포인트의 글씨 크기를 한 포인트씩 조절하고,
엔터를 칠까 말까 고민하고.
옷장을 정리하다 말고,
흰 셔츠와 검정 셔츠를 색깔별로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그때 문득, 이런 말을 중얼거리곤 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 져요.
어딘가를 통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멀리 가보고 싶은 그 마음.
그러다 보면,
그 마음이 만들어낸 어떤 자리에 도착하게 돼요.
아직 이름을 붙일 순 없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감정이에요.
그건—
경계를 조금 넘어서야만 비로소 열리는 집중 같은 것.
그저 흘려보냈다면 절대 닿지 못했을,
내 안의 가장 강렬한 몰입의 순간이에요.
<나는 이제 건강하다>
갑상선암 수술 후,
저는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매트 위에 다시 올라갔어요.
‘이제는 괜찮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었고,
‘이제는 다시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수술을 받고 난 뒤,
회복기 동안은 매트에 올라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절대 수술 부위에 압력을 주지 말라”라고 했고, 조금만 무리해도 수술 부위가 터질 수 있다고 했어요.
그 말 앞에서 나는 조용히 웅크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 시간은, 말 그대로 강제로 멈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오히려 더 자주 떠올랐던 건 수술 직전의 모습이었어요.
딱히 큰 증상도 없었는데,
그냥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수련을 빼먹던 날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하루들이
이젠 너무 아깝고, 부끄럽고, 진심으로 후회스러웠어요.
마음 한편엔 항상 이런 생각도 있었어요.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였는지도 몰라요.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그 이상을 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매트 위에 설 수 있게 된 그날부터,
예전보다 이 시간이 훨씬 간절하고 소중해져 있었어요.
다음 편 – 그렇게까지 해본 적이 있나요? [2]
더 깊이, 더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그 마음.
하지만 몰입은 욕심과 종이 한 장 차이였고,
어느 순간부터 제 몸은 부황 자국으로 조용히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다음 편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인 후에야 알게 된
'진짜 아사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게요.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가장 치열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순간들에 대해요.